한국일보

나의 의견-핼로윈과 종교개혁

2017-10-31 (화) 12:00:00 김해종 / 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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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10월31일을 매년 ‘핼로윈’ 이라고 해서 다양하고도 이상한 옷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며‘ Trick or treat’을 외치고 캔디 등을 달라고 한다. 원래 ‘핼로윈’이란 말은 ‘거룩한 저녁’이란 뜻으로 이 날은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한 기도날’로 부잣집을 돌아다니며 영혼 케이크를 얻고 대신 그 집의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그것이 변질되어 오늘의 ‘트릭 오어 트릿’이 되었고 지금은 핼로윈이 크게 상업화 되고 있다.

교회 달력에서 이 날은 ‘종교개혁일(Reformation Day)’이다. 금년은 500주년이 되는 의미 깊은 해로, 1517년 10월31일 마틴 루터가 부패하고 억압적인 가톨릭 교회와 교황을 상대로 종교개혁을 선언한 날이다. 그것을 계기로 개혁 운동이 시작되었다. 당시의 교회를 ‘바벨론의 노예가 된 교회’ 라고 부르짖으며 비성서적인 교리와 행동들을 과감하게 규탄하며 개혁운동에 선봉을 선 것이다.

때마침 구텐베르그에 의한 인쇄술의 발달로 독일에서 시작된 교회 개혁운동은 산불처럼 퍼져나가 유럽을 휩쓸었다. 이는 오늘의 개신교의 시작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큰 사건이었으니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관심, 자유의 사상, 자본주의의 이념 등 현 문명과 문화의 바탕이 되었다.

종교개혁으로 인한 청교도들의 미국이민과 기독교 신앙 위에 세워진 미국의 건국, 그리고 미국 교회들의 선교활동은 한국에 기독교를 전해주고 근대 한국의 장을 열어주는 데도 직, 간접으로 영향을 주었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종교개혁 500주년은 비단 교회적인 행사일 뿐 아니라 더 광범위한 역사적 기념일이라 하겠다.

<김해종 / 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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