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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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에서 고객 넘어져 부상, 구급차 불러”…이런 황당한 일이

2017-10-2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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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동 촬영장소 손님에게 보여줘 낭패

에이전트가 집 보여주며 겪은 황당한 일들

부동산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부동산이란 연결고리를 통해 각계 각층의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만나게 된다. 고객을 많이 만나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민망한 일이, 때로는 당황스런 일이, 어떤 때는 끔찍한 일까지 눈앞에서 펼쳐질 때가 있다. 부동산 전문매체‘인맨뉴스’가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집을 보여주던 도중 경험한 황당한 사건들을 들어봤다.

■ 돌아서자마자 넘어져


LA 동부의 한 한인 에이전트는 올해 초 집을 보여주며 눈앞에서 발생한 일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온타리오 지역의 임대용 주택 매물을 담당한 에이전트는 집을 보여달라는 전화 연락을 받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모습을 보인 고객은 6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백인 여성이었다. 에이전트는 고객과 입구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실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고객은 걸음걸이가 다소 느리긴 했지만 가파른 계단을 문제없이 오르내리면서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집을 다 본 고객은 문을 나서기 전 에이전트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에이전트는 실내 창문과 출입문을 확인하기 위해 고객과 인사를 하자마자 반대방향으로 돌아섰다.

그때 ‘악’하는 외마디 비명이 들려 에이전트가 고개를 돌려보니 고객이 출입문 바로 바깥에서 넘어져 있는 것이었다. 에이전트는 얼른 고객에 달려가 괜찮은지 물어봤는데 고객은 발목이 부러진 것 같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에이전트의 눈에도 고객이 통증을 호소하는 발목이 조금 부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순간 에이전트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해졌다. 문턱도 낮고 실외 계단도 없었는데 2층까지 잘 오르던 사람이 어떻게 불과 1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이렇게 넘어질 수 있을까?

혹시 집주인을 상대로 보상금을 노린 사기 행각은 아닐까? 그러나 에이전트는 우선 사람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생각에 넘어져 옴짝달싹 못하는 고객을 달래며 구급차를 부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고객은 구급차를 부르면 비용이 비싸니까 안 된다고 한사코 말리는 것이었다.

고객이 넘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을 안 에이전트는 고객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부르겠다고 상의한 뒤 911에 연락했다.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한 911 대원들은 고객의 발목 상태를 확인하고 부러진 것 같다며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날 오후에 남편에게 다시 연락을 해보니 여성 고객의 발목이 부러진 것이 맞고 그날 저녁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택 입구에서 드라이브웨이로 연결되는 곳에 매우 낮은 콘크리트 턱이 있었는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고객이 발목을 접질리며 골절상을 입게 된 것이다.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발생한 일이지만 에이전트의 기억 속에서 평생 잊혀지지 않을 순간이었다.

■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주인

온타리오 지역의 에이전트 앤드루 포길리아토는 고객과 함께 집을 보러갔다가 봐서는 안 될 장면을 보고 말았다. 저녁때쯤 고객과 보기로 한 집에 도착한 에이전트는 불이 꺼져 있어서 안에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고객과 집안으로 들어섰다.

고객에게는 먼저 주방을 보고 있으라고 부탁한 뒤 집안을 먼저 살펴보려고 코너를 돌아섰는데 거기서 민망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누가 집을 보러 오는지 몰랐던 50대 후덕진 몸매의 남자 주인이 욕실문을 활짝 열어 놓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샤워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마침 전화를 걸어왔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였다.

집을 보여주러 갔다가 나체 상태의 집주인과 맞닥뜨리는 일을 경험하는 에이전트가 의외로 많다. 버지니아주 앨링턴 지역의 에이전트 코랄 군드라크는 에이전트 초보딱지를 떼기도 전에 민망한 일을 겪어야 했다.

에이전트 입문 한달도 안된 군드라크 에이전트는 첫 주택을 구입하는 젊은 부부와 보여주기로 한 집에 만났다. 집주인에게 먼저 전화 연락을 한 뒤 가서 보여주면 된다는 설명만 듣고 에이전트는 미리 전화 메시지를 남긴 뒤 아무 의심 없이 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믿고 집으로 들어섰는데 욕실에서 한 여성이 샤워를 마치고 수건만 걸친 채 젊은 부부 앞으로 나오는 장면이 순간 목격됐다. 젊은 남편은 너무 당황해 화도 내지 못하고 이런 집은 아무리 싸도 절대 사지 않겠다라고 나중에 에이전트에게 불평했다고 한다.

■ 야동 촬영 장소를 보여주게 될 줄이야

집안에 사람이 없어도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때가 있다. 집은 비어있지만 집안에 민망한 물건들이 널려 있는 경우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인 용품이다. 시카고 지역 부동산 브로커 안드레아 겔러처럼 고객과 함께 셀러의 것으로 추정되는 성인용품중 하나인 진동기를 보게될 때다.

토론토 에이전트 벤 펠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더욱 황당한 ‘쇼윙’을 경험했다. 동료 에이전트 대신 오픈하우스를 열기로 했는데 테넌트가 조금 말썽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오픈 하우스 며칠 전에 출입문에 오픈하우스 일정을 알려주는 메모를 붙여놓았다.

적어도 테넌트가 오픈 하우스 전에 실내를 정리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오픈하우스 개최를 위해 집에 도착한 에이전트는 눈이 휘둥그레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침실로 개조한 지하실에 비디오카메라 3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카메라는 모두 침대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 촬영을 위한 장소인 것처럼 조명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고 케이블은 모두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는 것도 보였다. 결정적으로 침실 한가운데에 콘돔이 가득한 상자가 이 장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테넌트의 물건이라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린 자녀와 오픈 하우스를 찾은 고객을 맞이하면서 얼굴을 제대로 들 수 없었다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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