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아날로그 세대의 기우

2017-10-18 (수) 최수잔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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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경쾌해진다. 손자도 모차르트의 소나티네 앨범을 들려주면 잘 잔다. 한참 보채다가도 음악을 들으면 그 곳에서 자기와 살을 접했던 엄마의 숨결을 느끼는 모양이다.

단풍이 조금씩 물들고 있는 요즈음, 다섯 달도 안 된 손자를 돌봐주면서 호기심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나의 기우도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아기를 베이비시트에 앉히고 운전을 하다가 백미러로 보면 조용히 밖을 쳐다보고 있다. 뒷좌석 유리창을 통해 파란 하늘을 올려보고 있는 아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정말 그 머리에서 뭔가 느끼는 걸까?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로봇을 사진에서 보았다. 스마트 폰에서도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말만 하면 모든 게 작동하는 시대이다.


익숙지 못한 상황은 편리함보다는 왠지 낯설고 불안하다. 앞으로는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컴퓨터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도 정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언젠가는 엄마도 필요 없이 로봇이 책을 읽어주고 자장가도 불러주며 아기를 키우고 교육하게 되지 않을까? 좋은 글은 좋은 경험에서 나오고 좋은 경험은 좋은 인생에서 나온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오래 생각하고 읽어야 하는 문학이나 철학은 AI로 가능할까?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가 퍼지고 있다. 터키행진곡이다. 인간의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고 절망한 삶에 희망을 주는 그런 음악이 사랑 없이 작곡될 수 있을까?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이는 다시 그 사랑을 품게 된다고 생각한다. 손자의 미래를 생각하다가 인간문명의 황폐를 두려워하는 건 아날로그 세대인 나의 기우라 여기고 싶다.

<최수잔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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