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미국의 비극

2017-10-17 (화) 홍성애 /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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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종전의 기록을 갈아 치우는 초대형 총기사건이 최근 라스베가스에서 일어났다.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사건이라 입을 담기조차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친 사람에 의한 미친 짓”이라고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모호하게 흐려놓는 발언을 했다. 이게 그렇게 간단히 말할 문제인가?

더욱 한심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죽는 총기사고가 날 때마다 총기규제법 제정이 대두되지만 어느새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만다는 사실이다. 입법을 담당한 의원들은 재빨리 머릿속으로 치밀하게 계산을 하면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민들의 눈치를 살피고, 또 막강한 미국총기협회의 엄청난 금권과 로비에 떠밀려 꼼짝 못하는 상태다.

더욱 놀랄 일은 이런 대형 총기사건이 터지면 오히려 호신용으로 총기판매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라 하기엔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아무리 호신용으로 총기를 지녔다 해도 32층 호텔방에 숨어 자동소총처럼 수백발을 난사하는데 어떻게 막는다는 말인가.


이런 일이 줄곧 터져 무고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데도 여태 이렇다 할 법적 조치는 외면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당국자들이 오히려 정신이상자들이라고 지적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강력하고도 효과 있는 총기규제법이 제정되어 최악의 총기 사고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비명에 간 희생자들의 명복과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 그리고 하루속히 모두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홍성애 /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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