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성 나르시즘’의 지도자

2017-10-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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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베니토 무솔리니. 카를로스 메넴, 그리고 장 베델 보카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입심이 꽤나 험하다, 그러니까 세일즈맨 스타일의 떠버리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할까. 그로 그치지 않는다. 엽색행각으로도 유명하다. 기행에 악행을 일삼았다. 그런 그들은 결국 정책파탄과 함께 재난을 불러왔다.

베를루스코니는 현직 시절 벌인 일명 ‘붕가 붕가’(이태리 속어) 섹스 파티로 법정에까지 선 전 이탈리아 총리. 메넴은 베를루스코니 못지않게 화려한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경제를 망친 아르헨티나의 전 대통령이다.

무솔리니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악명이 높은 파시스트의 원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보카사는 종신 대통령도 모자라 스스로 황제에 올라 수많은 아프리카의 독재자 중에서도 ‘최악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한 시대동안 악명을 떨치던 이 인물들은 최근 미 언론에 자주 등장해왔다. 왜. 미 주류언론들이 ‘트럼프 때리기’경쟁에 나섰다고 할까. 그 와중에 트럼프와 자주 비교되면서다.


“그들보다도 역사에서 트럼프와 정말로 흡사한 인물을 꼽는다면 독일을 1차 세계대전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빌헬름 2세일 것이다.” 포린 폴리시의 스티븐 월트의 주장이다.

성격이랄까 하는 면에서 두 사람은 너무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빌헬름 2세는 모든 면에서 볼 때 스마트한 편인 것은 사실. 그런데 자주 버릇없는 틴에이저 같은 행동을 해왔다는 것.

충동적이면서 호전적 언어를 시도 때도 없이 구사했다. 공개적으로 영국인들을 미치광이라고 부를 정도로. 게다가 반대세력에 대해서는 전혀 참을성이 없었다.

“천박할 정도로 피상적이다. 조급하고 불안정하다. 진지하게 일에 매달리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능력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 갈채와 성공에만 안달이다….”역사학자 토머스 니퍼디의 빌헬름 2세에 대한 평가다.

그런 그의 젊은 시절을 비스마르크는 이렇게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하루하루를 모두 생일같이 살기를 원했다.”이런 저런 면에서 빌헬름 2세는 트럼프와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 월트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성격으로 자칫 핵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일단의 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그의 발언, 일신상의 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악성 나르시즘’ 다시 말해 자기과신 증후군의 인격 장애자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히틀러, 스탈린 같은 독재자들이 보여 온 증세가 바로 이 ‘악성 나르시즘’으로, 뻐기고, 편집광적이고,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악마로 취급하고, 거짓말을 입에 달고 있고 약자를 괴롭히는 등의 행태가 이 증후군의 증상이라는 것.

문제는 이 증세가 권력을 쥔 후 더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악성 나르시즘’ 증세의 트럼프는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과연 맞는 주장일까. 아니면 혹시 ‘미치광이 전략’의 우회적인 또 다른 형태는 아닐까. 트럼프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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