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가지 기후 전략 이야기

2017-10-16 (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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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기후 전략 이야기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이번 주 뉴욕타임스 1면에는 화력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트럼프 정부가 폐기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거기엔 “석탄과의 전쟁은 끝났다”는 스콧 프루이트 연방환경보호청(EPA) 청장의 선언도 담겨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에는 지구 반대쪽에 위치한 중국이 청정에너지 기술 시대를 주도한다는 결정의 일환으로 전기자동차에 방대한 신규투자를 단행한다는 내용의 상보가 배치됐다. 이들 두 건의 기사는 두 개의 전략에 관한 이야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세기로 통하던 19세기로 역주행하기로 결정했다. 석탄은 최소한 지난 70년 동안 사양길을 걸어왔다. 1950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전력발전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했지만 지금은 3분의 1로 떨어졌다. 게다가 광산업부문의 방대한 자동화로 이 분야의 일자리마저 사라지고 있다. 1985년에 17만 6,000개였던 광업부문 일자리는 2017년에 5만개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산업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탄광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다.

석탄수요가 식은 것은 값싼 대체연료인 천연가스 때문이다. 과거 2-3년 사이, 피보디 에너지(Peabody Energy)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석탄업체들은 가격경쟁에 밀려 줄줄이 파산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의 정책변경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트렌드는 변할 것 같지 않다. 로이터는 청정발전계획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한 전국 26개 주의 32개 유틸리티사들 중 “대다수가 석탄을 멀리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장기 플랜에 손질을 가할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유틸리티사들이 석탄을 버리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근래 들어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한 반면 미국의 전력발전에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 이후 거의 세배가 뛰었다. 이와 함께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경비도 극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석탄은 현재 사용 중인 가장 더러운 형태의 에너지다. 화력발전소는 미국의 주된 이산화탄소배출원으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것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데 동의한다. 석탄은 또한 끔찍한 대기오염을 일으켜 숫한 건강문제와 막대한 경비를 발생시킨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매년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중국이 청정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발전용 풍차와 태양 전지판의 주요 생산국인 중국의 민간 기업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경비효율성을 이루면서 야심찬 세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세계 1위의 발전용 풍차 생산업체와 세계 2대 태양전지판 제조사가 모두 중국에 있다. 유엔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재생에너지에 783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투자액에 비해 거의 2배가 많은 액수다.

현재 베이징은 미래의 운송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중국은 전기자동차 산업에서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 지난 2016년 중국에서 팔린 전기 자동차는 같은 해 미국의 판매량을 2배 이상 웃돌았다. 10년 전만 해도 전기자동차가 중국에게 생소한 테크놀로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따라잡기다. 중국 지도자들은 오는 2025년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새 차 전체의 20%가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중국에서는 벌써 360만 명이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근무 중이다. 트럼프의 말대로 ‘빅 리그’인 셈이다. 반면 미국의 재생에너지 산업 근로자는 77만 7,000명에 불과하다.

중국은 여전히 석탄 의존도가 높고 공급량도 풍부하지만 다른 화석연료의 안정적 공급원을 끊임없이 물색해왔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세계를 돌며 천연자원과 에너지 구매 협상을 벌였고, 코머더티 버블(commodities buble)로 상품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00년대 중반에도 에너지 자원을 사들이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은 이 같은 중상주의(mercantilism)가 베이징을 불안정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값비싼 프로젝트와 하나로 묶어버리는 나쁜 전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신 미국을 유심히 관찰한 중국은 기술혁명이 천연가스와 태양에너지의 공급을 극적으로 증가시키는 반면 경비를 줄여준다는 것을 배웠다. 이제 중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기술혁명에 주안점을 두기로 결정했고, 그에 따른 부수적 결과로 청정에너지의 주된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종종 중국이 어떻게 “우리를 죽이고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중국의 엄청난 성장수치를 듣는데 싫증이 났다고 투덜댔다. 그는 베이징이 경제와 기술 성장의 다음 목적지인 미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트럼프 치하의 미국은 과거의 산업을 회생시키려는 돈키호테 식의 헛된 탐색을 하느라 바쁘다. 이 둘 중 과연 누가 이길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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