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타운 방범 문제 시급하다

2017-10-13 (금) 문태기 부국장·OC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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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에서 한인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 위치해 있는 OC 한미노인회(회장 박철순) 회관에는 저녁 프로그램이 없다. 올 초만 해도 노인회관에서 영어 교실이 밤에 진행되었지만 밖에 세워놓았던 수강생들의 차량 유리창이 깨지고 안에 있던 물건을 도난당하는 피해를 당하면서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 이후 몇 개월 되지 않아 대낮에 강도 2명이 노인회관 바로 옆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던 한인 노인에게 접근해 목걸이를 강탈해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노인회관 유리창이 부서지고 문이 파손되어 수리하기도 했다. 저녁 시간에는 2-3명의 노숙자들이 노인회 뒷문 쪽에서 종종 잠을 자고 있다.

이 같은 범죄로 인해서 노인회와 한인회(회장 김종대)에 근무하는 사무직원들은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오후 3~5시에 사무실 문을 잠그고 업무를 보고 있다. 주위에 홈리스들과 행색이 수상한 사람들이 사무실 앞에서 서성거려 불안하기 때문이다. 한인회 사무처장의 경우 늦은 오후 또는 저녁 시간에는 밖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지 않고 있다. 반드시 아침 또는 오전에 밖으로 나가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한인 회관 뒤쪽에 기거하는 홈리스들이 신경 쓰여서이다.


지난달 말에는 대낮에 주차해 놓은 차량이 절도범에 의해 유리창이 파손 되었고 차안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도난당했다. 피해 한인은 벌건 대낮에 타운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상상 조차도 하지 않았다고 당황해 했다.

이에 노인회는 되도록이면 1~2명 다니지 말고 여러 명이 함께 어울려서 다녀 줄 것을 당부하는 등 모임이 있을 때마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가든그로브 한인타운 파출소에 근무하는 샤론 백 연락관을 초청해 범죄 예방에 대한 강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같은 범죄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이 곳은 노인회뿐만 아니라 한인회, 오렌지 샌디에고 민주평통(회장 김진모), 한인 상공회의소(회장 김진정), 한미축제재단(회장 조봉남) 등 주요 한인 단체들의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는 한인타운 중심지이다. 이 지역은 몇 년 사이에 노숙자들의 출현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고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예전에 빈 상가들이 없을 정도로 붐빌 때는 범죄 발생이 드물었지만 ‘구 한남체인’ 자리가 비어 있고 주위에 빈 상가들이 늘어나면서 샤핑객들의 발길이 줄어든 반면 노숙자들과 불량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한인타운에서 주위에 수상한 사람이 서성거리거나 노숙자들로부터 위협을 느낄 경우 반드시 파출소나 경찰에 신고를 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래야만이 경찰은 타운 범죄 발생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인들은 정이 많아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신고해 줄 것을 조언하고 있다.

사소한 범죄를 당하더라도 한인들은 반드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인 단체나 기관들은 한인들의 생명과 재산에 관련된 범죄 발생에 대해 수수방관 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를 해나가는 자세가 더욱더 필요하다.

지금은 한인 타운에서 한인들이 범죄 피해를 당할 때 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그냥 넘어가고 있다. 회원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노인회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회원들에게 일깨워 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한인 단체나 기관들은 커뮤니티 차원에서 타운의 안전과 방범을 주요 이슈로 삼고 있지 않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타운을 찾는 한인들이 부상을 입을 정도로 큰 범죄를 당한 케이스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점점 ‘우범화’ 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한인타운의 범죄가 늘어나면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고 타운을 찾는 고객들도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한인들은 이민 초심으로 돌아가서 타운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문태기 부국장·OC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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