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당신은 누구십니까?

2017-10-12 (목) 송윤정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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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2일 애플은 iPhone X를 선보이며, 얼굴인식으로 잠금 해제를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떠들썩하게 광고했다. 얼굴이나 지문 혹은 음성 등의 생물학적 고유성을 이용해 각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기술은 이제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개개인이 누구인가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회적 구조가 갖추어진 나라에 사는 이들에겐 무관해 보이겠지만, 현 지구상엔 2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신분증이 없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과 같은 신기술로 정부가 발행하는 신분증 없이 개개인을 구별하여 인식하고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 내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한 개인이 인터넷상에서 하는 언행을 분석해 각 개인에게 고유한 ID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의 행태로만 내 정체성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정의될 것인가? 이런 질문이 떠나지 않고 머릿속을 맴돈다.


팡파르를 울리듯 광고했던 애플은 한 달도 채 안 되어 얼굴인식 잠금 해제 기능은 쌍둥이나 성장하는 아이들의 경우엔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전화기나 카드, 은행 등등에서 이용하는 우리의 얼굴, 지문, 음성과 같은 생물학적 외형은 우리의 진정한 정체성이 아니다.

아무런 신분증도 없고, 직함도 없고, 기억을 모두 잃은 순간에라도 한 인간의 고유성을 정의하는 것은 그 마음의 중심에서 나오는 말과 행위일 것이다. 매 순간 온전하고 순전한 마음의 흐트러짐이 없도록, 또한 그 마음을 드러내는 말과 행실에 조심스러워야겠다.

<송윤정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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