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국 방문과 친구

2017-10-05 (목) 방무심/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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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기다리던 고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초가을 하늘에 새털구름 사이로 벌써 친구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나이 들어갈수록 학창시절 친구가 생각나는 것은 정신없이 지내 왔었던 생활과 지금은 일손을 놓고 지내는 시간의 넉넉함 때문은 아닌 듯싶다. 가장 따듯하게 느껴지던 시절의 우정과 추억을 회상하며 기다리는 마음에 설렘이 가득하다.

이제는 거의 일손을 놓은 인생 후반의 길목에서 어떻게들 지내는지 궁금하다. 학교 친구가 좋은 것은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 소통의 원활함과 한배에 타고 같이 노를 젓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염려스러운 것은 오랜만의 만남이니 주의해야 할 점도 많이 있다.

40년짜리 이민자가 고국의 동창들에게 혹시나 밉보임을 받지 않게 처신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내가 할 일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한국의 정서를 많이 잊었으니 하는 말이다.


이번에도 여러 친구와의 첫 상면에서 양해를 구해야겠다. “여보게! 너무 오랜만에 만남이니 혹시 나의 부족한 말이나 행동도 너그러이 받아 주시게. 다른 문화권에서 오랜 생활을 하였기에 노파심에서 하는 말일세”하고 양해를 구하면 한 잔의 술과 친구의 만남은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영국에 있는 한 출판사에서 상금을 걸고 ‘친구’라는 말의 정의를 공모한 적이 있으며 1등은 다음의 글이었다고 한다. “친구란 온 세상 사람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그 사람이다.” 고국 방문에서 만나 볼 친구들과 함께 이 말을 공유하고 싶다.

<방무심/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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