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석 송편

2017-10-04 (수) 강이화/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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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추석명절이 왔다. 공원에 나와 솔잎을 뽑고 있는데 지나가던 미국 아저씨와 아줌마가 말을 건넨다. 솔잎을 무엇에 쓸 것이냐고. 10월4일이 코리언 추수감사절인데 그 날 먹을 떡을 만드는데 이 솔잎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해주었더니 “오호, 그러냐”며 맛이 궁금하단다.

나는 이곳 미국에 와서 37년 사는 동안 거의 매년 솔잎을 뽑아 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송편 속을 대추, 깨, 검정콩, 녹두 등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채우고 빚었다. 해마다 내게 송편을 얻어먹은 친구들이 기대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다.

“올해도 솔잎 송편 맛보여 주는 거지?” 기대하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져서 밤2~3시까지 밤잠 설치고 송편을 만들곤 했었는데 그래도 난 지칠 줄 모르고 즐겁기만 했다. 맛있게 먹어줄 친구들을 떠올리면 즐거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올해는 친구들과 함께 송편을 빚기로 했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송편을 빚는다. 나눠줄 친구들이 많이 늘어나고 보니 나도 꾀가 생겼다. 친구들이 와서 각자가 만든 떡은 각자가 가져가라고 했다. 맛있다고 소문난 나의 명품 녹두 빈대떡도 양껏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듬뿍 나눠줄 생각이다. 함께 나눌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계절이 추석이다.

<강이화/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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