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이민자 없으면 부동산 시장도 없다

2017-09-28 (목) 준 최 객원 기자
크게 작게

▶ 이민자 유입시 비즈니스 창출, 주민소비 증가

▶ 합법 이민자 많은 동네는 전망 밝아


이민자가 주택마켓에 미치는 영향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DACA) 프로그램 폐지 결정으로 이민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미국에서 자란 약 80만명의 이민자들이 졸지에 추방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다카 폐지를 바라보는 부동산 업계의 시각도 심상치 않다. 이민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아 다카 폐지에 대한 부동산 업계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이 다카 폐지 결정을 계기로 본 이민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 아메리칸 드림 산산 조각날라

멕시코계 이민자 마리아 곤잘레즈(33·가명)는 남편과 수년 동안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티끌처럼 모았다. 부부는 위험한 시카고 도심지 아파트를 탈출해 안전하고 아늑한 가족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꿈이었다. 영업직으로 일하는 부인과 조그마한 차량 수리 업소를 운영하는 남편은 겨우 약 1만4,000달러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해 지난 3월 20만달러 중반대의 단독 주택을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에 이민온지 15년 만에 이룬 꿈에 기뻤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불안 불안하던 일이 끝내 터지고 말았다. 부부 모두 서류미비자 신분이어서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만약 부부 중 한명이라도 추방 명령을 받게 되면 어렵사리 마련한 보금 자리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 이민자 내집 마련에 10년 걸려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내집을 마련하는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인 등 일부 이민자들이 현금을 주택을 구입하는 비율이 높아졌지만 나머지 이민자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다. USC 게리 페인터 사회정책 디렉터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착해서 집을 구입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5~10년 정도 걸린다.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들이 집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기간과 비슷하지만 소유율은 현저히 낮다. 리얼터 닷컴이 연방센서스국의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출생 시민권자 주택소유율은 약 66.1%였지만 이민자들의 주택 소유율은 약 40.7%로 현저히 낮았다.

페인터 디렉터는 “이민자들 역시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내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며 “이민자 정착률이 높은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리얼터 닷컴과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 이민자 오면 집값 오른다


이민자들은 이민 초기 낙후된 지역에 정착하는 경향이 많다. 일자리는 있지만 주택 가격이 낮은 지역을 초기 정착 지역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일단 이민자들이 유입되면 비즈니스가 생겨나 주민들의 지출이 늘고 결국 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져 집값이 오르는 결과가 나타난다.

이민자가 증가하는 지역은 범죄율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택 시장에는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조지 매스닉 하버드대 공동주택연구센터 연구원은 “낙후된 지역에 이민자들이 들어와 지역 경제와 부동산 시장을 살려놓은 사례가 많다”고 리얼터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가장 좋은 예가 디트로이트다. 1950년대 만해도 자동차 산업 붐으로 인구가 약 180만명까지 불었지만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인구가 무려 약 63%나 빠져나갔다. 그러나 1985년 이후 중동계 이민자들이 하나 둘씩 유입되면서 텅 빈 도시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택 시장이 살아났다.

■ 집값 상승 속도는 더뎌

이민자들이 유입된다고 해서 당장 집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앨버트 사이즈 MIT 부동산 센터 디렉터의 조사에서 이민자 비율이 낮은 지역의 주택 가격이 이민자가 많은 지역보다 빠르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출생 시민권자들이 이민자 비율이 낮고 미국 출생 시민권자가 많은 동네로 이주하기 위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 임대료는 반대 현상을 나타낸다. 사이즈 디렉터에 따르면 이민자 비율이 1%오르면 지역 주택 임대료도 약 1%씩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 약간의 홍역 불가피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 ‘이민연구센터’의 스티븐 카마로타 디렉터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유입되면 지역 사회가 약간의 홍역을 치러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영어 의사소통이 힘든 이민자들을 위해 지역 학교, 병원, 정부 기관 등이 이중언어 구사자를 채용하고 일부 저소득 이민자들에 의해 푸드 스탬프나 학교 무료 급식 등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주민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뜨거운 이슈였던 블루 칼라 일자리 감소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출생 기존 블루컬러 근무자들이 이민자들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도 흔히 나타난다.

■ 신분에 따라 지역별 큰 차이

이민자 체류 유형에 따라서는 지역 주택 시장별로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법 신분 체류 이민자가 많은 지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오히려 지역 주택 가격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서류미비자 신분의 이민자가 많은 지역의 경우 향후 주택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편이다.

전국에서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은 샌호제 지역은 주택 중간 가격이 100만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주택 시장이 활황이다. 이민자 비율이 약 2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샌호제 지역의 이민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에도 큰 우려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어떻게 해서든 내집 마련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 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 접경 저소득층 지역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멕시코 접경도시 중 전국에서 멕시코계 이민자가 가장 많은 텍사스주 맥앨런 주택 시장 업계는 현재 폭풍전야다.

반 이민정책의 영향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내놓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주택 가격 하락은 물론 자칫 주택 시장 침체 때와 버금가는 차압 사태까지 일어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