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사회 세대교체의 걸림돌

2017-09-27 (수)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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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가 이민 연륜이 깊어지면서 한인 차세대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LA를 포함한 미주 한인사회는 여전히 인재 가뭄 현상과 세대교체 지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쉽게 말해 타운 곳곳에서 나이든 인사들이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어 세대 교체가 요원하다.

한인사회 전반적으로 차세대 육성과 세대교체를 외치고 있지만 한인타운 내 주요 단체장 및 경제계 인사들의 평균 연령은 이미 70대를 넘어섰으며, 한인 기업들도 비자 스폰서 등 복합적인 이유로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보다 50대 이상이 주를 이루는 등 한인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한인사회의 세대교체 실패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해마다 곳곳에서 대규모 컨퍼런스 등이 열리고 있지만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일부 기득권층 1세대들이 ‘세대교체와 차세대 육성’을 말로만 외칠 뿐 사적인 이유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세대교체를 가로막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부 1세대 인사들이 자신의 재산을 불리거나 자녀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물려주기 위한 과욕에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인사회에서 이같은 기득권 지키기 현상에 따른 문제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경제단체의 경우 이미 회장을 역임한 원로 인사가 30~40대 이사들의 회장 출마를 가로 막고 또 다시 회장으로 복귀해 여전히 단체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추진하는 개인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단체장직을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단체에서는 회장을 지낸 후 이사로 복귀한 한 전직 단체장이 이사회 때마다 단체 운영을 간섭하면서 사실상 회장 위에 또 다른 회장으로 군림하며 단체 운영에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일부 원로들의 행태는 한인 은행권이나 일부 기업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보노라면 한인사회가 진정으로 차세대 양성을 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특히 한인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했다고 생각하는 1세대 대부분이 ‘나는 아니고, 남들은 바뀌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세대교체의 실패를 남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깨끗한 물이라도 고이면 썩고 결국 주변을 오염 시킨다.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아무리 사심 없이 평생 헌신하고 봉사했더라도 ‘장기집권’이나 ‘권력의 세습’ 자체가 차세대들의 한인사회 내 활동과 세대교체를 방해하고 조직을 후퇴시키는 것이다.

‘남이 깨면 계란 프라이가 되고, 자기가 깨면 병아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 결국 발전을 위해서는 실수와 착오를 거치면서 조직이나 단체가 자생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들이 활동하는 조직이 변하고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더 나아가 한인사회가 발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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