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과 결석

2017-09-16 (토)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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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물을 만나야 조화를 이룬다. 깊은 산속이나 바닷가에서도 물은 바위가옆에 있어야 더욱 아름답다. 다른 두 개체가 부딪쳐 생기는 소리가 오히려 마음에평안을 주며 우리에게 많은 사연을 들려준다.

물은 돌을 어루만져 깎아 주기도 하지만 돌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물이 모래와 자갈을 단단히 눌러서 돌을 만들기도하고 광물질을 더해주기도 한다. 마치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며 부대끼는것과 사랑하는 것처럼.

물과 돌의 조화가 우리 몸 안에도 존재한다. 우리 몸 안에 있는 광물질은 소변에 녹아서 자연스럽게 배출되는데 평형상태를 잘 이루고 있을 때는 결석이 생기지않지만 조화가 깨지면 결석이 형성된다.


신장결석의 종류에는 칼슘 결석, 요산, 시스틴 결석 외에 마그네슘 암모니아 결석등이 있는데 그 중 칼슘 결석이 약 70%가량을 차지한다.

칼슘은 음식을 통해 장으로 흡수된 뒤혈액을 통해서 뼈에 가서 단백질과 함께몸의 골격을 이룬다. 일부 칼슘이 콩팥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대부분은 재흡수되고 적은 양만이 소변으로 나가게 된다.

칼슘 섭취가 많다고 결석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소변에 칼슘이 많이 배출되는상황이 돌을 만드는데, 유전성 신장결석증, 부갑상선 항진증, 콩팥에 질환이 있는경우, 아드레날린 항진증 등이 그런 경우이다.

전체 인구의 5% 가량의 사람들은 칼슘을 소변으로 많이 배출하는 유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결석형성의 확률이 20배나 높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콩팥에서 칼슘의 재흡수가 적어 많은 칼슘을 소변으로 배출한다. 이때 특정한 종류의 이뇨제를 쓰면 칼슘 흡수를 촉진시켜 결석형성 예방에 도움이 된다.

소변에 칼슘의 양이 많지 않아도 소변양이 적으면 상대적으로 칼슘이 농축되어 결석이 쉽게 생길 수 있다. 만성 설사나 물을 자주 안 마시는 경우가 여기에해당된다. 그런데 칼슘이 많아도 결정체로 시작되기 위해서는 옥살산이 같이 있어야한다.

인간관계에서 약방에 감초 같으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옥살산과 같은 사람들이다. 옥살산이 있어야 칼슘이 결정체가 되고 커지면서 결석이 형성된다. 옥살산은 견과류, 차, 라임,시금치 등에 많이 있다. 장 절제 수술을한 사람들도 장에서 옥살산의 흡수가 많아져 결석이 생길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10배가량 높다.

옥살산이 칼슘과 합쳐지면서 결석형성을 시작하려 할 때 억제해주는 성분들이있다. 바위와 물 사이에 초록으로 존재하여 딱딱한 분위기에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나무 같기도 하고, 마치 다툼을 말리려는 온유한 성격의 사람들과 같은 성분은 시트릭산 이다.


레몬과 라임에 풍부한 시트릭산이 많을수록 결정의 생성이 억제된다. 알칼리섭취도 대체로 결석형성 예방에 도움이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쉬운 결석 예방은 물을 많이 섭취하여 소변 양을 늘려주는 것이다. 물 섭취가 많아 소변양이 많아지면 모든 원인 성분들을희석시키고 씻어냄으로써 결정체 형성을 막아준다. 결석 형성과 억제의 과정은 많아서 버려야 할 것들과 부족하여더 갖추어야 할 것들의 갈등과 조화임을 알 수 있다.

설령 신장 결석이 생겼다 하더라도조그마한 결석은 소변과 함께 잘 빠져나가지만 1cm 이상이 되기 시작하면소변이 내려가는 길을 막을 수 있다. 결석 자체는 아프지 않지만 콩팥에서 방광으로 내려가는 요로를 막으면 아프기시작한다.

결석이 안 내려가고 길을 막고 있으면통증이 오면서 “고인 물은 썩듯이” 배설되지 못하는 소변은 염증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렇게 생긴 신우 신염은 고열과옆구리 통증을 유발하며 심해지면 염증이 혈액을 타고 들어가 패혈증을 일으키는데 강력한 항생제를 쓰지 않거나 시간이 늦어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물과 바위의 조화가 흐트러지고 물이막혀 흐르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에 이르게 된다. 우리가 소통하지 못하고 버려야할 것들을 던져버리지 못할 때 얼마나 많은 어려움에 처해졌던가?결석으로 고통을 당하는 경우를 보며지나치게 많아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며모자라서 더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냉수를 들이키며 생각해본다.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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