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주택 담보 대출을 받는 주택 소유주들이 다시 늘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이자율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주택 담보 대출에 유리한 시기라는 판단이다. 고용 시장이 개선되는 등 경제 전망이 밝아 대출 상환에 대한 주택 소유주들의 자신감이 높아진 것도 주택 담보 대출 발급이 늘고 있는 원인이다. 월스트릿 저널과 US 월드뉴스&리포트가 주택 담보 대출 증가 현상과 대출시 알아둘 점 등을 알아봤다.
■ 2008년 이후 발급액 최고
주택을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크게 두 종류다. 주택 자산을 담보로 받는 ‘신용 대출’(HELOC)과 기존 융자를 재융자하면서 대출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캐시 아웃’(Cash Out) 재융자가 있다. 최근 두 가지 형태의 주택 담보 대출이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 신용평가 기관 에퀴팩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주택 담보 신용 대출 발급액은 약 460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약 8% 늘어났고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발급액을 기록했다.
국영 모기지기관 프레디맥 집계에서는 캐시 아웃 재융자 역시 급증세로 나타났는데 올해 발급액이 전년보다 약 6% 늘어난 약 150억달러로 집계됐다.
■‘집값 상승, 이자율 하락’에 신청 급증
올 들어 주택 담보 대출 발급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주택 가격 상승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약 26만3,8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가격은 주택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을 시작한 2014년(약 18만7,900달러)대비 약 40%나 오르며 주택 담보 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여전히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주택 소유주들을 담보 대출 시장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요인이다. 온라인 금융정보 업체 ‘뱅크레이트 닷컴’에 따르면 최근 주택 담보 신용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평균 약 5.6%로 평균 약 16.7%를 넘는 크레딧 카드 이자율의 약 3분1 수준으로 매우 낮다.
■ 거품 우려 낮다
대출 은행 TD뱅크의 마이크 키난 미국 소비자 대출부문 책임자는 “집값이 안정적으로 오르고 고용 전망이 밝다고 판단되면 주택 담보 대출 신청이 늘어나는데 현재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주택 담보 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하면 2008년과 같은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금융 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담보 대출 추세는 주택 담보 대출을 ‘현금 자동 인출기’처럼 활용하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담보 대출을 주택 리모델링이나 기타 고이자가 적용되는 부채를 상환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거품 우려가 높지 않다 것이 은행측 설명이다.
■ 차이점이 뭔지 알아봐야
두 가지 담보 대출 중 어떤 형태의 대출이 적합한지 결정하려면 장단점부터 따져봐야 한다. HELOC는 주택 자산을 현금화 해 마치 크레딧카드처럼 사용하는 대출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많이 올라 담보 대출로 약 3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면 3만달러 한도 내에서 크레딧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한 대출 금액에 대해서는 매달 이자와 함께 페이먼트 형태로 납부하거나 전액 상환할 수 있다.
캐시 아웃 재융자는 기존 융자 조건을 변경한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기존 융자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낮추고 시세 상승분을 담보 대출 형태로 현금화 할 수 있다면 캐시 아웃 재융자가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캐시 아웃 재융자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일반 융자보다 조금 높고 융자 수수료 등이 높다는 점은 불리하다. TD 뱅크의 키난 대표에 따르면 캐시 아웃 재융자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일반 융자 보다 약 0.125%~0.375% 정도 높다.
■ 기존 이자율과 비교해 결정
기존 융자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시중 이자율보다 낮다면 캐시 아웃 재융자보다 주택 자산 담보 신용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캐시 아웃 재융자를 실시하면 기존 낮은 금리가 시중의 높은 금리로 전환되기 때문에 불리하다.
반면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의 경우 기존 이자율에는 변동이 없고 신규 담보 대출 금액에 대해서면 새 이자율이 적용된다.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은 대출액 중 사용액에 대해서만 이자를 납부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변동 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자율 상승 전망시 주의가 필요하다.
■ 확실한 상환 계획부터 수립
과거 주택 담보 대출이 금융 위기를 불러 온 이유는 주택 소유주들의 무책임한 자세 때문이었다. 대출 상환 계획은 없이 대출받은 돈을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주택 담보 대출 적기로 여겨지지만 대출 상환계획 없이 대출을 받으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한다.
주택 자산 담보 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 10년동안 이자만 적용돼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이 매우 낮다. 그러나 10년 뒤부터는 변동 이자율이 적용되고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상환액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다. 10년동안 주택 담보 대출을 어떻게 사용하고 갚느냐에 따라 담보 대출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되기도 한다.
크레딧카드처럼 사용한 금액을 매달 다 갚아서 10년이 지나도 대출이 남아 있지 않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10년동안 부담 없이 이자만 갚아 나가며 원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10년 뒤 페이먼트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이자율 낮아도 ‘빚은 빚’
크레딧카드 빚을 갚기 위한 용도로도 주택 담보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다. 크레딧카드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담보 대출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개인 재정 전문가들 중에서도 이 같은 방법을 조언하는 경우도 많다. 뱅크레이트 닷컴에 따르면 평균 약 3만달러의 주택 담보 대출액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평균 약 5.45%인 반면 크레딧 카드 적용 이자율은 약 16.69%로 3배나 높다.
그러나 주택 담보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낮다고 페이먼트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고이자율이 적용되는 크레딧 카드 빚을 청산한 뒤에도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지 못하면 10년 뒤 결국 페이먼트가 급등하는 결과를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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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