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기일식이 준 경외감

2017-08-31 (목) 12:00:00 정한아 /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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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의 변화무쌍한 모습은 지구라는 작은 행성 안에 살고 있는 우리로 하여금 정말 미약하고 미미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곤 한다. 최근 나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오리건으로 갔다.

오전 9시부터 달이 서서히 태양을 가리면서 개기일식이 시작되었다. 신기한 것은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였다.


개기일식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날씨였는데, 일식이 시작되자마자 해가 뜨는 반대 방향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기 시작하더니 긴팔 옷을 입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농장의 동물들이 주변의 변화를 감지하여 하늘을 날던 새들은 잠자리를 준비하는 듯 전깃줄에 모여 앉기 시작했고 우리 안에 있던 소와 닭들이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에는 큰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져 갔고 10시가 넘어서자 세상은 초저녁의 푸르스름한 어두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특수 안경을 벗은 후 바라본 태양은 빨갛지도 노랗지도 않은 딱 그 중간색을 띠었으며 또 바깥으로 피어오르는 코로나의 불길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옆으로 금성을 포함해 다른 몇 개의 별들을 같이 관찰할 수 있었다.

2분30초에 불과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태양과 달을 통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가 생각하니 다시 한번 우주 자연에 대해 경외감이 들고 그 존재에 감사했다.

<정한아 /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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