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아, 내 발아

2017-08-27 (일) 11:16:41 이정자 워싱턴문인회
크게 작게
화려하게 진열된 구둣가게 앞에 서면 아담하고
멋스런 모양만 눈길 꽂혀 너를 억지로 쑤셔 넣고는
좀 더 작고 예쁘게 생기지 하며
투정만 부렸던 내 발

갖은 구박 다 견디며
온갖 밟히는 것들과 섞여
거친 산맥 험준한 골짜기 넘느라 찍히고 옹이진
통나무 같은 내 발아

이제는
푹신한 운동화에 펑퍼짐 담겨 스산한 바람에도
뒤뚱거리는 네게
염치없이 또 보챈다


한번만, 딱 한번만 더
기웃기웃, 어슬렁어슬렁 지구 한 바퀴 돌아와서

초록빛 점점 엷어지는 등성이 겹겹이 풀어 놓고
느릿느릿 고요에 든 저 연보라빛 산 너울
나와 함께 넘자
너울너울 훠얼~훨

<이정자 워싱턴문인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