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의 무쇠솥

2026-05-06 (수) 08:03:51 이종순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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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세월 속에
문득 어머니 젊었을 때 고운 얼굴이
사뭇 그려집니다
어머니의 한(恨)은
여성으로 태어남에 억울해 하셨던,
풍족하지 않는 생활 속에
주장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이
주어진 일에만 충실해야 했던 어머니
전기 밥솥, 세탁기 없이,
추위에도 호호 손 불며 밥 지으시던 모습
검은 무쇠솥 반질반질 윤기 나게 행주질 하며
뜨거운 솥뚜껑을 드르륵드르륵 밀어 올리면
희뿌연 스팀 속에, 밥주걱으로 사발에
배곯을까봐 가득 담으시던 어머니 모습이
수억 년은 흘러간 듯 여겨집니다
치매로 돌아가시기 오년 전 어머니께
‘여기가 어디냐' 여쭈면
고향집 마을을 말씀하시며
빨리 집에 가서 아이들 밥해줘야 한다던 어머니
선연한 모습에 가슴이 메입니다

<이종순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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