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공기가 참으로 쾌적한 아침이다. 가을이 문을 똑똑 두들기는 신호를 조금씩 보내오고 있다. 이때면 생각나는 것은 오랜 침묵을 건너고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친구라는 이름이다.
도무지 세월이 흐르지 않은 듯, 나이를 먹고도 나이 먹은 줄 모르고 늘 이맘때가 되면 친구들과 조잘댈 준비를 하게 된다. 체면도 위선도 필요가 없이 있는 그대로 웃을 수 있고 서로 질투하지 않는 그런 친구가 있음에 감사한다. 좋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라 했던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고 가슴 한구석에 자리를 지켜온 친구와의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예전에는 편지 한 장을 쓰고 받는 일이 친구에 대한 정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편지를 쓰는 것도 받는 것도 우정의 돈독함과 서로의 마음을 읽는 것으로 여기며 행복했는데 지금은 카톡 문자가 이를 대신한다. 때때로 펜으로 곱게 써 내려간 친필의 긴 편지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50여 년 전 여중 2학년 때 만난 친구들과 꿈 많은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고 대학생으로 또 직장인으로 젊음을 함께 불태웠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결혼하고 신기하게도 갓 30의 나이가 되면서 약속이나 한 듯 너도 나도 모두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에, LA에, 워싱턴에, 보스턴에 정착해서 반세기가 넘도록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우린 특별한 인연이며, 신이 주신 선물임이 분명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각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기에 조금은 외롭다. 그러나 세상이 좋아 수시로 전화로, 이메일로, 카톡으로 연락하고 때로는 해외여행도 함께 하고, 만나자고 하면 장거리를 마다않고 달려오고 가곤 한다.
친구란 외적인 조건보다 마음과 마음이 우선 통해야 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친구란 서로 예의를 갖추며 정을 나누어야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친구는 동반자, 조언자, 위로자이다. 취미가 같은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세상 어떤 근심도 쉬이 떨쳐버릴 수 있다.
어느 덧 우리의 인생도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외롭고 허전할 때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선물 즉 친구들이 있어 감사하다. 숙성해 가는 포도주처럼 무르익은 우정으로 노년의 무료함을 이길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인연, 바로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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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자 /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