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안감과 불감증 사이

2017-08-22 (화) 정한아 / 비영리단체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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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과 북한의 미국을 향한 공격적인 군사대응책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 바로 옆에 사는 남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남한 사람들은 왜 걱정을 하지 않는지 적잖게 당황하는 눈치다. 과연 우리는 불안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전쟁공방 자체에 불감증이 생긴 것일까?


초등학교 때 김일성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날 학교는 수업을 중단하고 다같이 뉴스를 시청한 후 일찍 하교시켰다. 그날 반 아이들과 함께 전쟁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다. 한국에서 살아온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한 상황은 계속 되어왔다. 한때 사람들은 라면과 생필수품 사재기를 하고 뉴스를 보며 상황을 주시했다.

세상이 많이 바뀐 지금, 만약에 전쟁이 나면 라면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오랜 동안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과 관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가 낮아짐을 계속해서 봐왔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전쟁 불안감에 장시간 노출된 희생자들이 아닐까. 북한과의 정치적 공방과 군사적 보복 시도는 우리를 오랜 시간 지치게 만들어 왔다.

계속되어 온 전쟁 위기감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욱더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은 종전국가가 아닌 휴전국이다.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는 전쟁의 고통을 알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전쟁이 나는 건 아닐까 걱정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오랜 기간 계속되어온 휴전 상황에서 전쟁이라는 말은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진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대니얼 핑크스톤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북한의 리더십은 스스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이 사실이 너무나 자명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한아 / 비영리단체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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