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된 많은 작품에서 찬찬히 되읽고 싶은 것을 가리니 모두 일곱 분의 작품이 남았다.
김경림의 <버킷 리스트>, 염미숙의 <바람의 흔적>, 이경아의 <세상의 끝자락에 선 어머니>, 이미화의 <봄>, 조성환의 <씨털>, 지나 룹스만의 <하얀 쌀죽>, 황로사의 <인생 제2막> 등이 그것이다.
문학 장르에서 요구하는 수필은 대개 일상적 체험과 그로부터 얻은 통찰의 느낌을 아울러 담아내게 되는데 이들은 대개 이러한 기준 위에 있었다. 이중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표현력과 그 삶을 품격 있게 성찰하는 내적 논리성 등이 잘 유지되는 작품을 다시 추리니 <바람의 흔적>, <봄>, <인생 제2막> 등 3편으로 압축됐다.
<인생 제2막>은 로키산맥의 눈길을 달리는 개썰매 중에서 ‘옆길로 잘 빠지는 개’ 수잔의 모습이 생생했다. 그것에 비하면 자신의 실제 삶을 드러내는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이하게 서술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봄>은 노숙자의 거리에 찾아든 봄 풍경으로부터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그 성찰이 글의 마무리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대체로 사실 설명으로 그친 것이 아쉬웠다.
<바람의 흔적>은 나무의 현상을 그 몸에 머물다 간 바람의 흔적으로써 형상화하고 있는 수필로 이만하면 하나의 문학작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결 좋은 도자기가 오랜 불을 견딘 덕에 얻어진 것처럼 나무를 힘들게 한 바람 덕분에 나무가 더욱 굳건히 살아 있는 것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비유나 수사에 그치지 않고 있다. 다만 문단과 문단 사이의 흐름이 부자연스럽다는 약점도 없지 않은데 이는 앞으로 충분히 극복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 분의 각 1편씩이 당선작과 가작으로 뽑히지만 함께 낸 다른 작품들이 모두 일정한 수준에 이르러 있어 그만큼 신뢰를 얻었다는 점도 부기해 둔다.
박덕규(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