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마트 근육과 삶

2017-07-29 (토) 김홍식 /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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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스마트해지는 세상이다. 전화기는 점점 스마트해져서 연락이 더 신속해짐은 물론 모든 컴퓨터 기능을 갖추고 있다. 손바닥 안에 있는 요술 방망이의 단추하나를 눌러서 길 안내는 물론이요 많은 일처리를 하고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들과 쉽게 소식을 주고받는다. 더 나아가 단추를 누를 것도 없이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그대로 따라주니 멍청한 머슴보다 낫다. 테슬라 차는 똑똑한 전기 자동장치로 운전자가 단추만 누르면 핸들을 안 잡아도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스스로 달리고 주차도 자동으로 해준다. 지인 중 한분은 그 자동차를 잘 활용하여 복잡한 다운타운까지의 출퇴근 시간을 오히려 즐기고 있다.

폭탄도 똘똘해져서 레이저와 각종 유도장치를 달고 있는 스마트 폭탄은 목표 명중률이 아주 높아졌다. 요즘 북한이 개발에 열을 올리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은 어떤가? 수천-수만 Km를 날아가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니 보통 기술이 아니다.


그러나 인체 속에서는 이보다 더 정교한 장치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작동하고 있었다. 몸의 괄약근은 인체의 어느 특정 부문이 열리고 닫히는데 관여하는 정교한 근육이다. 그 중에 식도와 위가 연결되는 부위에 있는 하부식도 괄약근은 음식이 위로 내려간 후에는 식도로 거꾸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한다. 이상이 생기면 위식도 역류질환이 생긴다.

위와 십이지장 연결 부위에 있는 유문 괄약근은 소화가 끝나서 위에서 소장으로 음식물이 내려가야 할 경우에만 열린다. 괄약근 중에 가장 스마트한 근육은 항문 괄약근이다. 항문에는 ‘내괄약근’과 ‘외괄약근’이 있는데 내괄약근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외괄약근은 일반적인 괄약근과는 다르고 특이하게 사람의 의지로 움직이는 근육으로 되어있다.

가스나 변이 대장의 끄트머리인 직장에 도착하게 되면 직장 항문 반사작용에 의해 직장이나 골반 근육의 감각신경이 알아차리고 내괄약근은 이완되고 외괄약근은 수축하여 직장 내용물의 일부가 항문에 접촉하게 된다. 이때 항문의 신경이 변과 가스를 구분한다. 만약 가스라고 생각되면 외괄약근을 이완시켜 방귀를 뀌지만, 변이라고 생각하면 외괄약근을 수축시켜 변의를 참으면서 화장실에 가게 된다.

화장실에 도착하면 외괄약근을 이완시켜 항문을 열고 내괄약근이 수축하여 변을 밖으로 밀어낸다. 스마트하게 변과 가스를 정확히 구별해내서 아무런 사고가 없게 일처리를 한다.

우리 몸에는 유도탄이나 대륙 간 탄도미사일 보다 더 정확히, 멀리 떨어진 목표에 가서 작용하도록 되어있는 호르몬 조절기능이 있다. 뇌하수체는 뇌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내분비 기관인데 지름이 1cm, 무게는 0.5 gm 정도이다. 몸의 여러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그중에 갑상선 자극호르몬과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도 포함되어있다. 이 두 가지 호르몬은 혈액 안으로 분비되어 각각 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갑상선과 콩팥위에 있는 부신을 자극하여 갑상선호르몬과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분비를 원격 조절한다.

뇌하수체에 병이 생기면 각종 호르몬 부족현상이 생기는데 갑상선 부족현상은 피곤, 탈모, 기억력 감퇴, 변비, 몸무게 증가, 호흡곤란 등으로 부신기능 부전증은 저혈당, 저혈압, 근육약화, 심장 허약증으로 극심한 피로, 현기증 등으로 나타난다.

기계문명도 우리 신체의 신비함만큼이나 발전하고 있는데 인간의 생각은 과연 스마트하여 의미와 보람이 있고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우리의 인간다움은 서로 만나서 사랑과 정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하여 미국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모임을 추진했다. 위치 면에서 모이기가 적당하고 바다가 좋은 남가주에서 모이기로 동의하여 우리 집을 중심으로 모였다.

각자의 삶이 바빠서 쉽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미국 각지에서 이모, 사촌, 조카, 조카의 아이들이 모여 4 세대, 32 명이나 되었다. 이민의 역사가 흘러가다보니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서 4 세대를 이루었다. 처음 만나는 친척들도 있어 서로 소개할 때 반가움과 놀라움에 탄성을 질렀고 한국식 갈비와 각종 음식으로 넉넉히 나눈 후 각 세대들끼리 사진을 추억으로 남겼다.

추억을 되새기며 나이든 사람들은 흘러간 이야기로 신세대들은 그들의 사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른들은 젊은 세대에게 한국의 좋은 전통과 신앙의 유산을 간직하기를 부탁하였다. 요즘 들어 가장 스마트하고 훈훈하게 보낸 시간이었다.

<김홍식 /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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