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에게 바라는 꿈
2017-07-28 (금) 12:00:00
최수산/수필가
기다렸던 손자가 태어난 지 두 달이 되어 간다. 장손에 장손이 나온다고 시집 식구랑 모두가 기뻐하고 장손닮은 모습을 기대했는데, 외형은 자기 엄마를 꼭 빼어 닮았다. 실망한 모습을 보이며 시어머니 속성을 드러낼까 봐서 잘 생겼다고만 며느리 앞에서 강조했다. 생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할아버지는 “진실된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 살기를 바란다”는 원대한 꿈을 이야기했다.
마틴 루터 킹은 “인생이란 깨어진 꿈들의 연속적인 이야기이다”라고 했다. 때론 꿈이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해서 절망을 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허우적거리기도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인간은 꿈이 있기에 일어선다. “손주가 어떤 꿈을 가지고 인생을 설계하길 바랄까” 깊이 생각해 본다.
나는 노래를 잘 하진 못하지만, 학교 합창단과 교회 성가대를 거쳐 지금은 여성 합창단의 일원으로 노래를 즐긴다. 소프라노는 멜로디로 주 선율을 이루기 때문에 난 항상 거기 머무른다. 그러나 늘 매력을 느끼면서 목소리가 허락지 않아서 못하는 파트가 있다. 알토다. 다른 파트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존재감은 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알토는 모든 것에 꼭 필요하다. 알토는 여러 파트와 협력해서 합창에 볼륨을 주기 때문에 유명한 합창곡에는 반드시 알토 파트가 그 곡을 빛내주고 있다.
나는 손자가 사회의 알토 파트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크길 원한다. 드러나진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로 살아 갈수 있길 원한다. 누구에게나 행복을 주어 모두에게 환영받는 그런 사람으로 크길 바란다.
인간은 생후 18개월이 지나면 자의식이 형성된다고 한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웃고 자신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사람으로 거울 속에 비추어지길 바란다. 후손에게 바라는 꿈이 너무 거창하지만, 나의 깨어진 꿈들이 손주에게서만은 이루어지길 바라는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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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산/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