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모티브… 단발머리 소녀들의 풋풋한 낯설음
2017-06-30 (금) 12:00:00
하은선 기자
“외가집 누이를 생각하며 그렸습니다. 자신의 존재는 잊은 채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면서 그 누구 탓도 하지 않는 수줍은 누이를 맑고 채도가 높은 색으로 그려주고 싶었습니다”
‘기억풀이’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 신철(64)씨가 처음 갖는 LA개인전을 위해 미국 나들이를 했다. 진짜 연예인 부부가 등장하는 tvN 리얼리티 쇼 ‘신혼일기’ 속 배우 구혜선·안재현 부부의 신혼집에 걸린 작품 ‘설렘’을 그린 작가이다. 신철 작가는 ‘청정지역’인 경기도 양평 작업실에 스스로에게 탄탄하게 고독감을 주며 추억을 그리는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완도군 청산도가 고향인 신 작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자 있게 되어 그림을 그렸던 어린 시절, 외가집 누이가 그림의 소재였다. 늘 마음을 쓰면서도 눈을 직접 마주치지 않고 수줍음에 도망치기 바빴던 외가집 누이를 그리면서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착해지고 숨겨진 고마움을 알게 되기를 바랬다”고 밝혔다.
그를 두고 미술평론가 김종근씨는 ‘늘 떨쳐낼 수 없는 그 풍경 속에 빠져 그 순간들을 떠올리고 바라보며 양평 수류산방의 아틀리에 화폭 앞에서 붓질을 서걱거린다. 그리움에 가슴을 졸이며, 그리움에 잠을 뒤척이며 갈수 없는 그 행복한 꿈을 꾼다. 봄날, 미치게 푸른 하늘 청산도의 어린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을 말이다. 작가는 이것을 너무나도 도저히 잊지 못해 ‘기억풀이’라 부른다’고 표현한다.
글로 풀어놓는 그의 그림은 도저히 그 경쾌하고 사랑과 추억에 빠져드는 색감과 같은 느낌을 내기 힘들다. 단발머리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싶고 짝사랑했던 순진무구한 소녀가 그립다면 신철 작가의 전시회장으로 향하라는 말 밖에는 글로 쓸 수 없다. 철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가 행복하고 정겨웠던 10대 소년의 자화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30일 오후 5시 LA한인타운 갤러리클루(4011 W. 6th St. #101)에서 개막하는 신철 초대전 ‘사랑, 그 기억들’에는 남가주 한인들에게 첫 인상이 될 그의 작품 25점이 전시된다. 알록달록한 정경 속 마음 설레게 하는 소녀를 그리워하는 맑은 표정으로 구수하게 말을 풀어놓는 작가와의 만남도 기다리고 있다.

‘기억풀이’ 시리즈로 유명한 화가 신철씨가 갤러리클루에 전시된 자신의 신작들 앞에서 소년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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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