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각자의 직책에 충실하기

2017-06-26 (월) 12:00:00 방무심/프리몬트
크게 작게
일요일 이른 아침에 늘 맥 다방(맥도널드)에 들러서 호젓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아침 시간이라 음악도 경쾌한 ‘클래식’이고 푹신한 구석진 소파에서 커피의 향과 함께 한국일보를 보는 시간이 일주일을 마감하는 시간이다. 벌써 일 년쯤 되었는데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는 ‘호세’의 밝은 모습은 언제 보아도 호감이 간다.

흔히 사람은 첫 대면 몇 초간의 느낌으로 호불호(好不好)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진심을 담은 친절 때문인지 비록 간단한 서비스라도 자기의 직책에 대한 충실함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손님이 뜸할 때에는 커피 팟을 들고 다니며 리필도 잊지 않는 그의 배려로 하루의 시작이 유쾌함을 느낀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근처에 있는 하이 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이며 주말에만 이곳에서 일한다. 자기 직책에 충실한 말과 행동을 하는 ‘호세’를 만나는 것은 일요일의 즐거움이다.

내게는 커피를 마시며 초콜릿을 먹는 습관이 있는데 하루는 그에게 건너 주었더니 ‘Thank You’ 하며 바지 주머니로 쑥 들어간다. “My Friend! 녹을 테니 입에 넣어!”라고 말하니 자기는 지금 근무시간이라 안 되고 쉬는 시간에 먹겠다고 한다. 어린 청년의 기특한 답변에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우리는 사람을 판단할 때 무엇을 보는가? 학식은 어떤지, 큰 회사에 다니며 직급은 무엇인지, ‘사’자가 붙은 직업의 사람인지, 자동차의 품격은 어떤지, 그렇게 외형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았는가.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며 소중한 존재다. 자기의 직책에 충실한 사람이 많다면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지 않겠는가!

<방무심/프리몬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