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

2017-06-17 (토)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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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아버지날’(Father‘s Day, 6월 셋째 일요일)이 제정된 것은 한 상이군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남북전쟁에 종군하였다가 집에 돌아온 어느 가정에 비극이 이어진다. 아내가 6남매를 두고 죽은 것이다. 이 외로운 남자는 신체장애자였으나 21년 동안 온갖 고생을 다하며 아이들을 양육하였다.

이 감격스런 아빠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소노다 다드 여사가 ‘아버지날’ 제정을 여론화할 것을 결심하고 1909년 워싱턴 주에서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많은 호응을 받아 윌슨 대통령의 후원 성명을 받았으며(1916년) 6월 셋째 일요일을 아버지날로 선포한 것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이었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크다. 어머니의 영향과는 다른 면에서 자녀들의 전 생애를 움직인다. 직업 선택, 배우자 고르기, 삶의 방향 결정, 종교 문제 등, 자녀들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선택의 문제에서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영국 수상이었던 마가렛 대처 여사는 어느 졸업식 연설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내가 아버지에게 이런 일을 해도 좋으냐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반드시 ‘왜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물으셨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렇게 한다’고 대답하면 즉시 거절하셨다. ‘나 자신이 좋은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한다’고 대답하면 언제나 승낙해 주셨다. 내 아버지는 언제나 원칙을 따라 나를 지도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믿으며 지금까지 감사하고 있다.”

아버지날을 상징하는 꽃은 민들레이다. 사람들은 민들레가 잔디를 버린다고 하여 민들레를 원수처럼 생각한다.

민들레는 강인하다. 밟히고 뽑혀도 또 나온다. 사실 마음을 비우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들레는 작지만 아주 아름다운 꽃이다. 번식력도 매우 강해서 민들레 씨는 낙하산을 탄 것처럼 멀리까지 비행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 번식을 막을 수 없다.

민들레는 향수 원료도 되고, 약재로도 사용된다. 아버지를 민들레로 비유하는 것은 그 그윽한 향기와 인내력과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멀리 내다보는 믿음직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의 조용한 미소 속에는 아이를 위한 장래의 걱정이 있고, 아버지의 주머니 속에는 아이를 위한 희생의 정신이 있다.

아버지의 심장 속에는 좀 더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결심이 있다. 아버지는 아침마다 어디론가 나가시지만 그 머릿속에서 아이를 향한 염려와 사랑이 가시는 순간이 없다.

아버지는 속으로 울면서 겉으로는 너털웃음을 짓는 자이며, 겉으로 책망하시나 속으로 깊이 사랑하는 자이시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남을 아이의 고향이며, 영원히 배신하지 않을 아이의 친구이시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통하여 하나님을 배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두려움과 자비, 위엄과 사랑, 징벌과 용서를 동시에 가지신 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자기를 위하여 언제나 대기상태에 있는 것(available anytime)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자식을 결코 탓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표현하지 않고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아버지의 낯은 엄하지만 심장은 매우 부드러운 사람이다.

특수한 연구를 한 사람이 있다. 심리학자 버지니아 퍼슬리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21명은 머물렀다’(Twenty-one stayed)라는 책으로 출판하였다. 한국전쟁 때 21명이 탈주하여 자진 공산군 쪽으로 넘어간 사건이 있었다. 그들의 성장과정을 일일이 분석한 퍼슬리 씨는 그 중 19명이 아버지의 사랑을 못 느끼며 자랐거나, 아버지로부터 거부를 받으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공산주의를 일으킨 거두 세 사람의 부친과의 관계를 보라. 스탈린은 알코올 중독자의 아들이었고, 엥겔스는 아버지와 계속 싸우며 성장하였으며, 트로츠키는 소년시절 아버지가 자기의 질문 고민 장래희망 등에 무관심하였다고 회고록에 썼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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