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문회 유감

2017-06-16 (금) 12:00:00 이영묵/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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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신문의 한국판을 보면 온통 장관 청문회에 관한 기사로 가득하다. 이러던 참에 한국에서 손님이 와서 며칠 시간을 같이 보냈다. 당연히 그 분과 대화 중에 나는 청문회에서 지금 뜨거운 감자인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에 관해서 시민들이 이것을 어찌 생각하느냐 물었다. 그런데 이 분의 대답은 엉뚱했다.

“공직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공무원 어떤 사람을 좋다고 평가할 경우 그 분에 대해서 ‘그 사람 안사람을 잘 두어서’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 말은 쉽게 이야기 하자면 부인이 어떻게 이럭저럭 해서 먹고 살만하니 뒷구멍으로 돈이나 챙기려고 나쁜 짓 하지 않고 여태껏 공직생활을 잘해 왔다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이럭저럭’ 이라는 단어가 무엇이겠는가? 부인들이 부지런을 떨며 남편이 월급타서 갖다 준 돈, 친정에서 도움을 받은 돈 등 이런 저런 돈을 굴려가며 적금을 든다, 계를 든다, 아파트 분양받겠다고 밤새도록 줄을 서기도 하고 또는 주소지를 옮긴다 하며 아파트 20평에서 시작하여 평수를 늘려가는 등 정말 ‘어떻게 이럭저럭’ 해서 좀 큰 평수에다가 다소 돈을 모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청문회에서 공직자로서 일을 잘 했다고 고위 공직 후보로 지명된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은 자기 공직 생활을 잘하라고 내조 했던 부인들의 위장전입이다, 아파트 불법 분양이다 하며 불미스러운 과거가 들추어져서 청문회에서 곤경을 당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후보들에 대해서 사회 일각에서는 그들의 능력을 평가하면서 다소 동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꽤 있는 모양이다.

부메랑이란 말이 떠오른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 위장전입이다, 다운 계약서다 하면서 청문회에서 집권당을 꽤나 괴롭혔으니 지금의 처지는 자업자득이요 변명할 구실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정을 이끌어 나갈 인재의 손실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좀 전향적으로 청문회에서 후보들의 신상문제와 관련한 기준을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 개인 생각으로는 예를 들자면 공직 생활 또는 사회에서 3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고 나이도 60 정도 쯤 된 사람으로 전 재산이 아파트 한 채에 다소 저축한 돈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동안의 사회생활이 때문에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 정도라면 후보자격이 있다는 기준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한다.

<이영묵/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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