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색어 1위'

2017-06-10 (토) 한수민 / 국제로타리 커뮤니케이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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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이름이 한국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들어가 보니 한국 유명 연예인의 아내 이름이 내 이름과 같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페이지에는 당사자 외에도 동명이인들이 함께 소개되어 있었는데, 당연히 그 곳에 나는 없었다.

물론 그 곳에 내가 등재되어 있으라고는 꿈에도 기대를 안했지만, 막상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주루룩 등재되어 있고(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흔한 이름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꽤 흔해졌다) “나만 없다”는 사실은 단 몇 초간이나마 묘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투명 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참, 이게 뭐라고…” 하면서 피식 웃고 지나갔지만, 요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존재감을 인정받으려는 젊은 세대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한동안 딸아이도 친구들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팔로우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한 마디로 자기만 빼고 다 잘 나간다는 것이다.

연출된 이미지와 실제는 다른 것이라고 위로를 해보았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올린 사진에 몇 명이 “좋아요”를 눌렀는지, 누가 어떤 식의 코멘트를 달았는지를 일일이 신경쓰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었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 날 빼꼽 잡는 동영상이 있다면서 보내 주었다. 내용은 요즘 젊은이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시크하고 쿨한” 사진을 올리기 위해 어떤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 주는 것이었다. 아이는 동질감을 확인하면서 적잖이 위로를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그다지 자유로워진 것 같지는 않다.

하긴 어느 누가 인정의 욕구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인정의 요구가 꼭 버리거나 극복해야 할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론 그것이 자신을 발전시키고 사회에 기여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인정을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요즘 문득문득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이 우리가 살았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질적인 풍요와 편리함으로 치자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스스로의 자존감을 세워나가는 일이 이 아이들에게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오늘날의 많은 아이들이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휴대폰을 거의 놓지 않는다. 그 아이들이 그 곳에서 접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 세상은 아마도 21세기 자본주의가 펼쳐놓은 온갖 물질적 유혹과 자극이 범람하는 세상일 것이다. 그 곳이 신기루 같은 허상의 세계임을 깨닫지 못한 아이들은 이미 열패감을 내면화한 채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기 위해 이런저런 과시를 하려드는 것은 아닐까.

“소셜미디어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한 이도 있지만, 나는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는 종래의 언론이 하지 못한 순기능도 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를 이어주는 소통의 채널이 되고, 이것이 나아가 한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중한 도구가 비교와 경쟁의 장이 되어버린 것은 정말 속상한 일이다. 세상을 살면서 경쟁과 비교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오늘날의 아이들이 이 창을 통해 스스로를 세상과 견주며 자신의 서열을 매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우리들을 키웠던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면 부모 노릇을 다 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때보다 훨씬 풍요로운 시절에 자녀를 키우는 우리들은 자녀들의 자존감과 올바른 정서적 성장까지를 살펴야 하는 훨씬 더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아이나 부모나 점점 더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 그럴수록 부모 된 이들이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수민 / 국제로타리 커뮤니케이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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