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망상에 가까운 ‘주체성’을 타고 났는지 나는 어려서부터 ‘팬’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일종의 거부감까지 느끼면서 ‘너는 너고 나는 난데’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내가 좀 더 일찍 태어났었더라면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 같은 ‘독립투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씩씩거렸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안데르센 동화 ‘황제의 새 옷’에 나오는 어린아이처럼 내 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곤 했다. ‘입 바른 말’을 잘한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보고는 돈키호테 같다고들 했을 정도이다.

수많은 스포츠와 연예인들 ‘팬’들로부터는 모욕적이고 미안한 말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남이 하는 경기나 연기 등에 내 소중한 시간을 버리는 것 대신, 하다못해 걷기라도 하면서 내 삶을 내 식으로 살아보는 것이 ‘제 정신 가진 사람’의 할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는 소설이나 영화 주인공들의 픽션이 아닌 논픽션으로 살아가고 사랑하면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신나고 즐거운 삶에 집중하는 보통사람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유일무이한 진정한 ‘팬’이 아닐까.

<테드 리／법정통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