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과 운전
2017-05-31 (수) 12:00:00
정고운 / 패션 디자이너
남편은 위험하게 운전하는 운전자를 보면 욕을 하는 대신 박수를 쳐주거나, 엄지를 척 올리고 “잘했어!”라고 해준다. 생각해보면 그의 살짝 비꼰 듯한 이 행동은 참 재밌다. 상대가 “너 나한테 욕한 거야?” 하고 시비를 걸어도 “아니, 잘 했다 그런 건데?”라며 빠져나올 구석을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운전자가 한번쯤 자기 행동을 돌아보게 만든다.
혼자 운전할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아이를 태우고 운전을 하니 고속도로나 로컬길이나 이상하게 운전하는 사람들 천지다. 아이의 안전을 생각하니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운전자를 보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오늘도 고속도로에서 옆 차선으로 옮기려는데 이 운전자의 속도가 참 이상했다. 차선 양보를 해주려는 것인지, 빨리 가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이상한 속도로 가고 있었다. 슬쩍 운전자를 보니, 눈이 아래로 가있다. 바로 핸드폰을 보는 눈. 운전자는 내 깜박이도 보지 못하고, 내 차를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처럼 자동차 운전 중 운전자들은 암암리에 서로 느낄 수 있는 촉들이 있어 사고를 안 내며 운전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그 촉은 속수무책이다.
운전이 시작되면 핸드폰 화면에 “별로 중요한 것 아님”이라고 나오거나 “또 나를 보는 거야?” 하고 뜨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물론 운전자가 쳐다볼 때마다 핸드폰이 욕이라도 해주면 더 좋겠지만… 그리고 그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몇 시에 도착하는지 문자 보내는 게 목숨보다 더 중요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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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고운 / 패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