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회초년생들 크레딧카드 줄퇴짜 '울상'

2017-05-26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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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대학을 졸업하고 OPT 신분으로 취업에 성공한 박모(27)씨는 미국에서 일을 하면 크레딧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카드를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박씨는 “처음 미국에 온 이후로 8년동안 같은 은행계좌를 문제 없이 이용했기 때문에 크레딧카드를 받을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알아본 결과 데빗카드 사용은 내 크레딧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타주에서 대학을 마치고 LA 한인타운으로 이사온 김모(25)씨도 LA에 정착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던 중 크레딧이 있어야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크레딧카드를 신청했지만 크레딧 기록이 없어서 거절당한 뒤 석달치 디파짓을 내고 겨우 입주했다. 김씨는 “학교에 다닐 때 기숙사 RA(Resident Assistant)로 일한 경험이 있었다”며 “그 당시 귀찮다는 이유로 크레딧 쌓기에 소홀했는데 이런 상황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졸업 후 첫 직장을 잡는 한인 사회초년생 중 상당수가 크레딧에 대한 정확한 지식없이 카드 발급을 신청했다가 줄줄이 퇴짜를 맞고 있다.


주류 대형은행에서 근무하는 한 한인은 “크레딧 기록이 없음에도 소셜번호(SSN)와 직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크레딧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아는 한인 젊은층이 적지 않다”며 “섣불리 크레딧카드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하면 나중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크레딧 기록을 쌓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아파트 렌트, 자동차 구입, 대출, 전기 및 개스 설치, 인터넷 서비스 신청 등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필요한 크레딧을 ‘빌드 업’(build-up)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크레딧 기록을 만드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크레딧에 관계 없이 일정 금액을 예금한 뒤 발급받아 일반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큐어드 크레딧 카드’(Secured Credit Card)를 신청하면 된다.

시큐어드 카드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일부 은행에서 발급하고 있으며 카드에 따라 최소 200~300달러를 예금한 후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다. 카드 한도는 예금 액만큼, 혹은 은행에 따라 예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더 올려주기도 한다.

사용방법은 일반 데빗 카드랑 같다. 정해진 기간동안 시큐어드 크레딧 카드로 사용한 금액이 정산되어 청구서가 날아오면 그 금액에 맞춰 지불하면 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청구서에 기입된 금액은 연체없이 100% 지불해야한다는 점이다. 매달 청구되는 금액을 연체없이 납부한다면 그 정보들이 은행에서 신용정보 회사로 업데이트되면서 크레딧 기록이 생긴다.

간혹 크레딧 리포트에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오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크레딧 리포트 기관인 ‘트랜스 유니온’, ‘에퀴팩스’, ‘익스페리온’ 등 3개 기관에 자신의 시큐어드 카드 페이먼트 기록이 제대로 보고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어떤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시큐어드 크레딧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크레딧 기록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편리한 카드로 골라서 만들면 된다.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면 ▲연회비는 얼마인지 ▲디파짓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는지 ▲크레딧카드 전환을 직접해야 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자율도 중요하지만 크레딧 기록을 쌓는 입장에서 연체로 인해 이자가 발생하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

6개월~1년 정도 사용하면서 크레딧 기록을 쌓은 후에는 비자, 매스터카드, 아멕스 등 주류 카드사의 엔트리 레벨 크레딧카드에 도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크레딧은 시간 싸움이다. 빨리 크레딧 점수를 올리기 위한 편법들이 인터넷에 돌고 있지만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지 않아도 연체 없이 제때제때 매달 사용액을 지불한다면 크레딧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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