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한 대통령

2017-05-23 (화) 민병임 /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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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당선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가장 먼저 대통령 문재인이 ‘행복한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 대한민국 역사에 불행한 대통령은 그만 나와도 된다.

오랫동안 한국이나 재외한인사회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국민들은 좌파 우파라는 이념과 호남과 영남 등의 지역과, 노년과 젊음의 세대차이로 골이 깊어져있다. 국민은 행복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이 갈라진 틈을 메우고 봉합할 책임을 지고 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 ’를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는 임기도 못 채우고 막 내리고 말았다. 이제는 국민 행복은 각자가 알아서 할 테니 대통령 당신도 행복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세계 지도자 중 2010~2015년까지 우루과이 대통령으로 재임한 호세 무히카는 가장 가난하지만 행복한 대통령으로 손꼽힌다. 재임 시 대통령궁은 노숙자들에게 내주고 수도 몬테비데오 근교의 부인 소유 농장에 살면서 대통령 월급 10%만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빈곤층에게 기부했다.

무히카의 성장 과정을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잃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1960~1970년 군사 독재정부에 반대하여 좌파 게릴라 무장조직에 가담했고 이로 인해 14년이나 감옥생활을 했다.

퇴임 후 그는 국화꽃을 재배하여 1987년산 폭스바겐을 직접 몰고 시장에 내다팔며 산다는데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것.

무히카가 2012년 리우 정상회담에서 환경의 위기에 대해 역설하면서 “우리는 발전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지구에 온 것이다. 환경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바로 인류의 행복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해 감동을 주었었다.

무히카의 인생 역정 못지않게 문재인 대통령의 삶도 만만치 않다. 6.25 전쟁 시 흥남 철수 미군 함대를 타고 거제도로 내려온 부모, 구호품을 배급받아 살던 어린 시절, 군사독재반대 데모로 인한 투옥.....부산 인권변호사 시절 등등.

문 대통령은 장차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겨 고립된 청와대를 나오겠다고 한다. 집무실도 관저도 시내 중심지로 옮겨 국민과 함께 출퇴근하며 일상생활을 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시켜야 한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 김정은과 대화를 하고 기회가 되면 만나야 한다. 산적한 일들을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 여당, 야당, 온 국민이 협조해야 한다.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꼬투리 잡지 말고, 좋은 일은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대통령이 머릿속에 너무 많은 청사진을 담아 한꺼번에 다 하려고 과로하지 말기 바란다. 많은 일을 하려면 소화불량이 올 수 있다. 건강도 챙겨가며 하기 바란다.

광화문 유세에서 외손자를 안고 환하게 웃던 문재인, 그 웃음을 임기 중에도, 임기 후에도 고스란히 간직하기 바란다. 가족을 떠나서 대통령이 행복할 수는 없다. 행복한 가정에서 대통령직을 행복하게 수행하기 바란다.

일에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얼른 시골집으로 내려가 노모 옆에서 옛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든가, 손자들과 이리저리 뒹굴며 놀다보면 아픈 머리가 상쾌해 질 것이다. 평범하고 소박한 소시민의 행복을 포기하지 마시라.

대통령에게는 가족관계나 교우관계, 촛불 민심 등 교훈 삼을 것이 많다. 누구보다 촛불이 고맙고 경이롭지만 두려운 존재도 될 것이다. 자신도 잘못하면 탄핵되어 그 자리를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올 1월 퇴임을 앞둔 지난 해 12월, 성인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지지율 공개여론조사에서 7년 만에 최고치인 57%로 집계되었다. 레임덕 없는 행복한 임기 말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퇴임 후에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도 이제 행복한 대통령을 갖자. 5년 후 손자들과 야구를 하며 소리치는 전 대통령 문재인, 괜찮지 않은가!

<민병임 /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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