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무생각 없이 코사인 했다간 엄청 후회한다

2017-05-23 (화)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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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한인들 자동차 리스 관련 코사인 남발

# LA 한인타운에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35)씨는 친구의 부탁으로 서브리스 해 준 리스차량의 월 납부금이 지속적으로 연체돼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친구가 자신의 크레딧 점수가 부족하다며 코사인을 부탁해 내 명의로 36개월간 SUV 차량을 리스해 줬다”며 “지인은 처음 몇 개월간 월 페이먼트를 잘 납부했으나 그 이후 몇 차례 월 납부금을 연체해 자동차 딜러로부터 페이먼트 독촉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풀러튼에 거주하는 박모(43)씨 역시 교회에서 알게된 한 지인의 차량을 대신 리스해주고 큰 고민에 휩싸였다. 김씨는 “최근 LA로 이민온 교인이 크레딧이 없다며 리스 코사인을 부탁해 독일제 고급세단을 리스하는데 도움을 줬다”며 “지인이 월부금을 꼬박꼬박 잘 내주고 있어 다행이지만 부인의 차량이 필요하다며 다시 한번 코사인을 부탁해 들어줄지 말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크레딧 점수가 나쁘거나 기록이 부족해 자동차 리스가 불가능한 경우 소비자들이 크레딧이 좋은 지인들을 통해 자동차 리스를 부탁하는, 일명 ‘코사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월 납부금을 제때 내지 않거나 완납 이후 차량손상, 반납비용 부과된 비용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크레딧에 심각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구매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장만할 수 있는 자동차 리스는 금융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유자보다 더욱 엄격한 조건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크레딧 점수만 높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점수보다 중요한 건 기록이다. 은행마다 다를 수 있지만 1장의 크레딧 카드로 좋은 크레딧 점수를 받은 사람보다 크레딧 점수는 조금 낮아도 자동차 리스를 문제없이 완납했거나 여러 장의 크레딧 카드를 사용한 기록을 가진 이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코사인 해주는 사람들에게 제일 큰 위험은 역시 상대방의 실수나 잘못으로 내 크레딧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보증인’이라는 개념과 다르게 ‘공동명의’로 차를 출고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계약에 사인한 두 사람 모두에게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즉, 상대방이 월 납부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코사인을 준 당사자에게도 치명적인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한 방법이 아니다. 서류 자체로는 이미 망가진 크레딧에 대한 손실을 금전적으로 책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딜러는 “자동차로 망가진 크레딧은 보통 월 납부금이 연체되거나 완납 이후의 일처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며 “이렇게 한 번 망가진 크레딧으로는 크레딧 활동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특히, 자동차로 망가진 크레딧은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리스할 때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월 납부금 미납의 경우, 크레딧 기록은 1개월마다 되기 때문에 납부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이후 크레딧에 반영된다.

한미자동차의 조슈아 문 딜러는 “지인을 위해 코사인을 해줄 때는 이런 피해를 각오하고 사인을 해야한다”며 “간혹 지인과의 친분만을 생각해서 코사인을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어찌 보면 내 크레딧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더 신중하게 생각한 뒤 결정하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무런 문제없이 원만하게 리스를 마친 경우 사람 모두에게 이롭기 때문에 코사인이 안 좋다고만 할 수도 없다. 대학을 졸업한 조카의 차량을 대신 리스해 준 최모(52)씨는 “유학생인 조카가 크레딧 기록이 부족해 차량을 대신 리스해줬다”며 “조카가 월 납입금을 단 한번도 밀리지 않고 잘 내주어서 크레딧 점수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족인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코사인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예방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크레딧 점수가 부족한 소비자가 지인을 통해 자동차 리스 코사인을 요청했을 경우, 지인에게 융자 프로그램을 통해 차량을 구매할 것을 권유하라고 조언했으며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보증금을 받고 코사인을 진행하거나 온라인 자동납부 시스템 등록에 동의할 경우에만 코사인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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