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흑인교사 고용차별 논란

2017-05-20 (토) 문일룡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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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흑인교사 고용에 논란이 있다. 지난 3월에 몇몇 조지 메이슨 대학 교수들이 하버드 교육리뷰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흑인교사 고용차별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에 관한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카운티 교육위원회 산하 소수계 학생 학업성취 감독위원회를 비롯해 NAACP와 흑인교육자협회도 고용차별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때 한 쪽의 주장만 들어서는 안 된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와 조지메이슨 대학은 오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선 이 대학교에 가장 많은 학생을 입학시키는 학군이 페어팩스 카운티이고 카운티 공립학교 교사들의 상당수가 이 대학 출신이다. 교장, 교감 등 교육행정가들의 교육과 훈련에 서로 보조를 맞추어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의 논문 발표는 꼭 거쳐야 할 중요한 과정을 소홀히 했다. 교육청에서 연구에 필요한 통계자료를 받아 갈 때 연구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통계자료는 약속한 연구 목적 이외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번 경우, 통계자료를 받아가면서 교사 고용차별을 연구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통계자료 사용에 대한 근본 취지를 어긴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그로 인해 피해를 볼 수도 있고 불필요한 논란의 중심에 설 수도 있는 교육청에 사전 언질이 없었다. 이러한 논문이라면 발표 전에 논문에서 사용된 통계, 분석, 그리고 결론 유추과정에서 오류가 없는지 교육청이 한 번 검토해 보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도 주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또한 사용된 통계가 약 5년 전 단 한 해의 자료들로 국한되었다. 이는 통계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나에게도 너무 제한된 자료 사용으로 보여진다. 적어도 3년 이상의 자료를 사용했어야 된다고 본다. 단 한 해의 자료 분석은 그 당시의 단면적 모습을 보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사채용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인터뷰 평가자료는 교수들이 갖고 있지 않아 논문 준비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차별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의아하다. 또한 백인 교장들이 차별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누가 백인 교장인지 여부는 각 학교 웹사이트에 올려진 사진들을 보고 짐작했다고 한다. 이는 학술논문 자료 수집 방법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적절하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의 소수계 교사 고용은 나에게 중요한 관심사다. 교육청 인사담당 책임자들은 이 사안을 논의할 때 내가 항상 그 부분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을 안다. 나는 상대적으로 훨씬 부족한 아시안 교사 확충 대책도 종종 추궁했는데, 그 사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물론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아시안 학생이 20% 가량인 데 비해 아시안 교사 비율은 아직 5%가 안 되니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이 부분에는 아시안 커뮤니티가 책임져야 할 몫도 있다. 미국 전체적으로 아시안 교직 희망자가 상당히 부족하다. 부모들도 자녀들에게 교직 적극 권유해 주면 좋겠다.

현재 카운티 내 소수계 교사 비중은 18% 가량이다. 그러나 작년에 고용한 교사 가운데 소수계는 28%가 넘었다. 꾸준히 소수계 교사 확충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한 결과이다. 이번 조지메이슨 대학 교수들의 논문 발표는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교육청은 곧 이 논문의 신뢰도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문일룡 /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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