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향기, 그리고 선망

2017-05-11 (목) 12:00:00 Douglas Geot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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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자 시인이여,

저 먼 버몬트주 혹은 오레곤주 어딘가에 갇혀

당신은 바로 이거야 싶겠죠.


거기, 오직 당신만을 위해서 꽃을 피우고 또 시드는 곳.

당신이 할 일은 그저 이름만 붙이면 되죠: 달맞이꽃 -

당신은 이제 시를 쓰죠. 그리고 우리에게

우송하죠, 우리가 냄새를 맡고 선망하도록

하지만 우리는 신문과 연기로 만들어져 있답니다.

우리는 당신의 장미를 파란 큰 통에 던져버리죠.

새들이 우리를 찾지 않고, 우리들의 비둘기는 비밀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보름달이 떠오르면,

싸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곳

플레이아데스는 다운타운에 가면 아마도 살 수 있겠죠.

중력은 발목 잡힌 수신기. 사망률,

지나가는 어떤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그 냄새를 맡죠

Douglas Goetsch ‘향기, 그리고 선망’

임혜신 옮김

현대인에게 시는 무엇일까. 명상적 자연주의 시는 또 무엇일까. 혹시 그것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장미처럼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먹을 수 있거나 입을 수 있거나 병을 고칠 수도 없는 시는 대체 인간에게 무엇인가. 거짓과 비밀과 욕망의 그물망, 냉혹한 사회 구조에 짓밟히는 사람들, 꽃과 새와 바람과 사랑을 느끼기에 현실이 너무나 가혹한 이들에게 초월의 시는 무엇인가? 이 시는 묻는다. 그리고 대답한다. 우리에게 자연주의적 서정시가 얼마나 허무한 약속일 수 있는 지를, 그리고 그것을 아는 시인만이 가슴에 남는 시를 쓰리라는 것을.임혜신<시인>

<Douglas Geot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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