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언덕길 금련암 우편함은 새집 모양이다 새
집 모양으로 동백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다 지나는 등산객 마
다 한번쯤 열어 보았는지 손때가 까맣게 묻어 있는 우편함 새
들로 들어와서 누었다 가는지 새똥까지 하얗게 배달되어 있
다 머귀나무 잎 뒹구는 텅 빈 구석엔 비오는 어느 밤 집 없는
새들이 비를 피했는지 젖은 깃털 몇 낱이 으슬으슬 바람에 떨
고 있다 우편함이 새둥지가 될 수도 있다니 골똘히 들여다보
면 알 껍질을 쪼아대던 부리 끝처럼 뾰족한 햇살도 보인다 이따금
곰솔 숲에 씻긴 파도 소리도 말갛게 들려오는 금련암 우
편함 본디는 새집이었을까 새집이 우편함이 되었을까 스님은
무슨 정이 그리 많아 새둥지를 우편함으로 갖고 사는지 아
무려나 온 하루 아무도 오지 않는 숲 속 동백꽃잎이 붉은 소인
처럼 찍혀 있다.
송유미 (경향신문 등단) ‘동박새의 우편함’
바닷가 암자 앞에 걸린 우편함에 시인의 눈길이 멈춘다. 모양새도 새집 같고 똥도 하얗게 떨어져 있다. 편지보다 자주 오는 것이 새들이었는지 모르겠다. 파도소리도 말갛게 솔잎을 흔드는 곳에 우편함을 걸어둔 스님, 불심은 다정하여 더욱 깊다. 작은 우체통이 더 작은 생명들의 피신처라는 생각은 사람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세속에서 오는 소식 없으면 어떠하랴, 뭇새들 둥지 틀어 살다 가는 곳이거늘, 동백꽃 붉은 소인이 찍힌 바람 같은 기별 오고 가는 곳이거늘.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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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