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미주한인들의 뜨거운 관심이 투표율로 확인 되었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된 재외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고수준을 넘나든다. 남가주에서는 등록유권자 1만3,631명 중 9,584명(70.3%)이 투표했고, 동부 지역(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에서는 등록유권자 1만3,716명 중 9,690명(70.65%)이 투표했다. 워싱턴 DC 지역(66.6%), 시카고 등 중서부 지역(71.1%) 역시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로 인해 고국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조기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차기 정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번 재외선거로 드러난 것은 ‘관심’이 ‘참여’로 정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몸은 미주에 살면서도 마음은 고국에 가있는 것이 이민1세 한인 커뮤니티의 정서이다. 일상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선거 보다도 멀리 한국 대통령선거에 더 감정적으로 깊이 관여하곤 한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그리고 이번 대선후보들을 둘러싸고 한국이 진보 보수로 갈라져 으르렁 대듯 미주한인사회도 그 못지않은 분열상을 겪고 있다. 가족이나 친지들이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교제를 중단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뜨거운 관심이 적극적 투표참여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미주 한인사회만이 아니다. 중국 베이징, 호주 시드니 등지의 재외선거 투표율은 80%를 훌쩍 뛰어 넘었다. 이번 재외등록 유권자가 근 30만명이니 적어도 20만명은 투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말로만 보이던 관심이 투표라는 행동으로 연결되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주인의식 갖고 투표할 때 비로소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한국 정치권이 재외동포들을 뒷전으로 밀어놓은 것이 그 증거이다. 이제 달라질 때가 되었다.
이번 투표를 계기로 ‘참여’의 도를 높여야 하겠다. 다음 선거부터는 보다 많은 유권자 등록이 필수이다. 아울러 차기정권이 출범하면 선거 때 내놓은 재외동포 공약들을 지키도록 미주한인사회가 앞장서서 감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 때만 반짝 하다 사라지는 공약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이번 높은 투표율로 재외국민의 존재감은 드러났다. 이제는 재외동포 권익증진을 위한 정책 개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