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자,‘#82’
먹어본 사람은 알지:
뜨거운 김에 축축해진, 두 쪽 낸 빵 사이로 버터가 잔뜩 스며든 빵.
먼저는 화가 나지- 버터는 옆에 따로 놓아 달라고 주문했는데-하고 불평하겠지.
하지만 곧 감사하게 돼. 늘 마른 빵을 먹었고, 지금은 멀리,
히터를 너무 틀어대는 호텔에 홀로, 비즈니스 여행을 와 있거든,
버터에 감사하게 되는 것은 저 먼 곳의 주방, 머리에
헤어네트를 쓴 낯선 사람 덕분이지, 머핀에 버터를 잔뜩 바르고
헝겊 냅킨에 싸서 작은 그물 바구니에 담고,
마음대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색색의 잼을 넣어준.
한 입 먹는 것만으로 기쁨이지, 만일 운이 좋다면
엘리베이터를 한참이나 타고 온 머핀은 아직 따스할 거야.
더 운이 좋다면 작은 유리 꽃병에 한 송이 노란 장미가 꽂혀 있겠지,
빳빳하게 풀을 먹인 냅킨에 살짝 내보이는 빛나는 포크.
웬 포크? 하고 생각하겠지. 커피와 머핀을 시켰는데.
왜 포크를 줘서 복잡하게 하지? 그리고 냅킨 뒤에 숨은
작은 소금과 후추 통도 발견할거야, 세상에 잉글리시 머핀에
소금과 후추 넣는 사람도 있나? 아마도.
아마도 그들이 집에서 아주 멀리 있다면 말야.
Kim Dower ‘룸 써비스 잉글리시머핀’
임혜신 옮김
룸 써비스로 잉글리시 머핀을 시킨 비즈니스 여행자의 불평 아닌 불평이 재미있다. 가운데를 자르고 버터를 많이 발라 올려 보낸 빵은 축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축축한 빵에 대한 그의 불평은 곧 즐거움으로 바뀐다. 한 송이 장미, 풀 먹인 냅킨, 손톱만한 소금과 후추통, 그리고 젖은 빵이 그가 집을 떠나있다는, 일종의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먼 곳’ 그리고 ‘혼자’라는 이 두 단어는 일상에 묻힌 우리들의 은밀한 꿈이 아닌가. 변화를 꿈꾸던 그대여, 젖은 빵이 달콤할 수밖에.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