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광버스 안전검사 말뿐

2017-04-24 (월)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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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주 ‘안전법’ 시행 4개월 불구 CHP “한 차례도 한 적 없어”

지난해 10월 팜 스프링스 인근 10번 프리웨이에서 투어 버스 한대가 고갯길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무려 13명이 사망하고 31명이 중경상을 당한 대형 참사였다.

버스 회사의 척 소다로 제너럴 매니저는 당시를 회상하며 “관광객들은 안전하다고 믿고 버스에 올랐는데 믿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런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는 투어 버스 사고 예방을 위해 가주의회가 올 들어 새로운 안전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카운티나 시 정부들이 외면하면서 효과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CBS 방송은 투어 버스 안전 검사에 관한 법(AB 1677)이 시행 4개월을 맞았지만 단 한 차례도 적용된 적이 없다고 최근 보도했다. 법에 따르면 카운티나 시 정부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CHP)에 의뢰해 관할 내 투어 버스 전체에 대한 안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CHP는 법 시행 이후 단 한 번의 요청도 없었다고 확인했다. CBS 로컬2는 그 원인을 비용 문제로 꼽았다. 카운티나 시 정부가 CHP에 특정 투어 버스 회사가 소유한 전체 버스들의 조사를 의뢰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은 정부가 져야 하는 맹점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CHP가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진행하고 있는 투어 버스에 대한 정기 점검과 효능이 겹쳐 새로운 법이 탄생한 이유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 CHP는 이미 캘리포니아 내 모든 투어 버스 회사에 대해 13개월마다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 가주 전체 투어 버스 가운데 검사를 받은 비율이 3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CHP를 통한 정기 점검은 카운티나 시 정부 입장에서는 순서만 기다리면 되기 때문에 AB 1677이 벌써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 정부 실무자들은 새로운 법에 난색을 표명했다. 팜 스프링스 경찰국 관계자는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반응했고, 팜 데저트시 관계자도 “CHP의 정기 점검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라 킨타시의 관계자는 보다 구체적으로 “관할 구역 내 본사를 둔 투어 버스 회사가 없다”며 “운행 중인 버스들은 타지역에 회사를 둔 협력회사들 소속으로 높은 안전도를 자랑한다”고 밝혔다.

대신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다른 안전 대책을 요구했다. 41년간 투어 버스를 운전했다는 로버트 버크스트레서 씨는 “버스에 대한 안전 점검보다 드라이버에 대한 교육과 관리, 인증이 더 필요하다”며 “입법기관이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교통 안전 전문가와 협의해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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