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의 만남
2017-04-20 (목) 09:41:04
나리 / 간호사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을 쓴 김정운 교수는 물건이란 자신의 삶을 얘기하게 하는 매개체라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당신의 물건’이 무엇이냐 물으면 ‘책입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책이 나에게 이런 의미 있는 물건이 된 것은 아마도 부모님의 영향 같다.
어릴 때 길 건너 책방에 같이 가서 책을 사 주시던 아빠, 내가 좋아하니 ‘은하철도 999 백과사전’ 같은 쓸데없어 보이는 책도 흔쾌히 사주시던 엄마. 책과의 만남에는 부모님의 사랑이 있었다. 그래서 책이 지금도 좋은 것 같다.
그런 책을 읽고 얻은 지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세상에 숨은 아름다움을 아이에게 이야기하느라 요즘 잔소리할 시간이 없다. 잔소리가 없으니 아이도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춘기 아이와 눈을 맞춰가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오는 행운이 아니다. 올 봄에는 모두들 날 알고 날 사랑하며 내 삶을 얘기해 줄 수 있는 ‘나의 물건’을 찾아보면서 모두들 각자의 물건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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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