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국에도 봄의 축복 내려지기를

2017-04-11 (화) 09:34:53 김명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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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새로운 시작이다. 이상화 시인의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고 한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에 걸려 아프다. 국토는 빼앗겼으나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봄은 결코 빼앗길 수 없다는 간절한 몸부림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염원이 모여 존립해온 아름다운 나라, 내 모국에도 봄의 축복이 내려질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은 결코 희망을 전하는 봄소식은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 라면서도 마음이 계속 우울하다. 구치소에서 보낼 그의 차가운 봄이 국가적 현실을 자명하게 보여주는 듯해 슬프다.


지난 몇 달 나는 인간의 허튼 욕망이 빚어낸 기괴한 그림자에 휘둘리며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 하면서도 모국에 대한 관심이 깊었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쏟아졌던 충격적인 언어들도 뇌리에 박혀 혼란스럽다.

하지만 촛불 시위가 질서 있고 평화롭게 진행된 걸 보면, 새로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봄 햇살처럼 쏟아질 것 같았다.

모든 피조물은 신의 ‘좋음’으로부터 생겨났고, 세상의 모든 것은 좋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물질이 범람하는 인간 세상에는 선한 것만 존재하는 건 아닌가 보다. 선한 마음을 갖고 태어난 인간일지라도 욕망의 허상을 좇다 보면 ‘좋음’의 것들이 암흑 속에 삼켜져 버리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어둠 속을 벗어 나오긴 쉽지 않은 것 같다.

봄의 햇살이 축복처럼 비추는 이 봄날에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아니하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도덕경 말씀이 떠오른다. 내 모국에, 세상의 곳곳에 봄의 축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김명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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