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 부족 장기화… 이자율 여전히 낮아 구매 오퍼 경쟁 치열
▶ 평균 58일 만에 매매 끈기와 인내로 승부
■ 미 전역 주택구입 경쟁 심화
바이어들에게는 5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주택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난 직후인 2013년 봄, 주택 시장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주택 구입난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주택 구입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남가주에서는 오픈 하우스에 입장하기 위해 밖에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5년이 지난 현재 당시의 치열한 주택 구입 주택 경쟁이 재현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주택 구입 경쟁 현상을 분석했다.
■ 경쟁 바이어에게 ‘웃돈’ 제시
미시건주 그랜드 래피즈 지역 한 매물에는 최근 여러 명의 바이어가 몰려 치열한 오퍼 경쟁을 벌였다. 이중 한명의 바이어가 셀러와 계약을 맺기 직전 다른 바이어의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이 왔다. 약 1만8,000달러의 웃돈을 제공할 테니 셀러와의 계약 체결을 양보해달라는 요청의 연락이었다. 과거 셀러를 대상으로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는 식의 오퍼 전략은 있었지만 경쟁 바이어에게 웃돈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문 사례다.
테네시주 내쉬빌 지역에서는 시장에 나온 매물이 너무 없어 한 에이전트가 여러 주택 소유주들에게 광고성 전화를 돌린 끝에 주택 매매 계약을 성사했다.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의 한 교사는 오퍼 제출 ‘4전5기’ 끝에 겨우 내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주택 시장 성수기 진입을 앞두고 주택 시장이 전국적으로 이처럼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5년전 치열한 주택 구입 전쟁을 방불케하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주택 구입 과열 현상이 가주와 동부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올봄에는 한동안 잠잠했던 지방 중소 도시에서도 극심한 구입 경쟁 때문에 바이어들의 탄식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토마스 롤러 전 페니메이 이코노미스트는 “올봄 전국 여러 지역에서 주택 매물 부족 현상에 따른 치열한 주택 구입 경쟁이 우려된다”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 매물 씨가 마른다
치열한 구입 경쟁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극심한 매물 부족 탓이다. 지난 5년간 주택 시장은 매물 부족 현상에 시달려왔지만 올들어 더 악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고용시장 회복과 함께 주택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주택 구입 수요가 갑자기 급등하고 있다. 또 모기지 이자율마저 상승세여서 ‘사자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주택 구입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의 조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주택 매물 수준은 사상 최저치로 집계됐다.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있고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지 않는 현상이 거듭되면서 주택 시장에서 매물이 서서히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매물은 부족한데 수요만 늘면서 주택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1월 주택 가격은 1년만에 무려 약 6.9%나 올랐는데 2014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매물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을 이루면서 주택 매매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월 2월 주택 매매에 걸린 기간은 평균 약 58일로 2010년 이후 가장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 기다리면 손해
올 들어 바이어들이 주택 구입을 더욱 서두르는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모기지 이자율때문이다. 이자율이 이미 바닥을 쳤다고 판단한 바이어이들이 늘면서 더 기다렸다가는 주택 구입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만 커지고 있다.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지난해 대선 이후 현재까지 약 0.5%포인트 정도 올랐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말부터 이미 기준 금리를 두차례 인상하면서 앞으로 모기지 이자율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자율이 올해말 약 4.7%수준으로 오른 뒤 내년에는 약 5.5%대로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이자율이 오르면 주택 구입비용이 급증한다. 어차피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기다릴수록 비용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다.
샘 카터 코어 로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이어들 사이에서 지금 집을 구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불리해 질 것이라는 생각이 많다”며 “이자율과 집값은 이미 상승세고 매물 부족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없기 때문에 기다리면 손해”라고 블룸버그 통신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 텔레마케터로 변신한 에이전트
바이어에게 집을 찾아주기가 워낙 힘들다보니 텔레 마케터를 자처한 부동산 에이전트도 있다. 내쉬빌의 한 에이전트는 오퍼 경쟁에서 이미 여러번 밀린 바이어에게 집을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바이어가 마음에 드는 집은 커녕 아예 주택 매물 씨가 말라버린 상황을 파악한 뒤 직접 셀러를 찾기로 결정했다.
여러 집주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한편 발품을 팔아 일일히 집을 방문한 끝에 집을 팔 의향이 있는 집주인을 찾아냈다.
주택 구입난이 다시 심화되면서 끈기와 인내만이 내집 장만의 필수 조건이 됐다. 오하이오주의 40대 교사는 수개월간에 걸친 오퍼 경쟁 끝에 여러 번 실패를 맛봐야 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끝에 내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 처음 3번 제출한 오퍼가 번번이 경쟁 바이어의 오퍼에 밀리면서 교사는 내집 마련의 꿈을 접으려고 했다.
그런데 4번째 제출한 오퍼가 셀러에게 수락되면서 주택 구입을 끈을 이어갔다. 그러나 홈 인스펙션 결과 주택 상태가 너무 안 좋아 계약을 취소하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른 매물에 한번 더 오퍼를 써냈다. 경쟁 오퍼가 많아 안 될 것으로 여기고 이사 갈 아파트를 보러 다니던 중 오퍼가 수락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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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