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두 번 산다’ 여주인공 - 미에이 하마 인터뷰
일본식 결혼을 한 제임스 본드(션코너리)와 키시 수즈키(미에이 하마).
올 해는 007 시리즈 다섯 번째 영화 ‘007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1967)의 개봉 50주년이 되는 해다. 제1대 제임스 본드인 션 코너리가 다섯 번째로 007역을 맡은 작품으로 일본과 런던에서 찍었다.
냉전 시대 지구궤도를 비행하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선이 공중에서 실종되면서 본드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외딴 섬으로 침투, 우주선 납치의 주범으로 국제범죄조직인 ‘스펙터’(SPECTRE)의 두목 언스트 스타브로 블로펠드(도널드 플레전스)와 대결한다.
비평가의 호평과 함께 흥행서도 대박을 터뜨린 이 영화의 감독은 루이스 길버트로 그는 후에 로저 모어가 본드로 나온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와 ‘문레이커’(1979)도 감독했다.
이 영화에는 일본의 팔등신 미녀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본드는 키모노를 입고 그 중 하나인 키시 수즈키와 결혼까지 한다.
뉴욕 타임즈는 최근 영화 개봉 50주년을 맞아 동양 최초의 본드 걸 키시 수즈키 역의 미에이 하마(73)를 하코네의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007 두 번 산다’의 포스터.
아름다운 하마는 영화에서 비키니를 입고 출연하면서 플레이보이지에도 실려 ‘일본의 브리짓 바르도’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하마는 영화 출연 몇 년 후 스크린에서 은퇴했는데 인터뷰에서 “나는 사람들이 아는 것과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려고 은퇴했다”고 밝혔다.
하마는 은퇴 후 라디오와 TV쇼의 사회로 활동하면서 여성들의 큰 인기를 모은 아이 양육과 여성의 예절과 자아발견 등에 관한 책을 14권이나 썼다. 그녀는 또 오래된 농촌과 농경법을 지키는 운동에 힘을 쏟았는데 아울러 일본 전통 공예품 수집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그러나 신문은 하마의 집에는 포스터를 비롯해 007영화와 함께 1960년대 초 일본영화의 황금기에 빅 스타였던 그녀가 나온 많은 영화들의 소품은 단 한 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덧 붙였다. 하마는 이에 대해 “그런 것들은 다 지하실에 있다”면서 “나는 과거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하마는 버스 차장 노릇을 하던 16세 때 토호영화사에 의해 발견돼 은막에 데뷔한다. 곧 바로 스타가 됐으나 영화를 안 찍을 때면 배낭을 지고 유럽과 인도를 여행하면서 연기 생활을 더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문제로 고심했다고 한다.
하마가 1966년 본드 걸 역을 위해 오디션에 참가했을 때 그녀는 이미 온갖 장르의 영화 70 편에 나온 베테런이었다. 하마는 길버트 감독이 자기를 선정한 이유가 감독이 자신이 킹 콩이 사랑하는 여자로 나온 일본 괴물영화 ‘킹 콩 대 고질라’(1962)를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마는 영화를 찍기 위해 런던에 갔을 때 고독에 시달려야 했는데 이런 자기를 위로하고 도와 준 사람이 션 코너리였다고. 아직도 그를 ‘션 코너리-산’이라고 부르는 하마는 코너리에 대해 자기처럼 노동자 계급 출신의 코너리는 연기를 안 할 때면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나 “액션”이라는 소리가 나오면 순식간에 신사 스파이 킬러로 변신했다고 회상했다.
하마는 이어 코너리는 매일 아침 자기에게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면서 그 때 코너리와 더 자주 대화를 못 가진 것에 대해 후회했다. 두 사람은 이 영화 이후 다시 만난 적이 없다.
대부분 일본에서 찍은 이 영화로 인해 하마는 토시로 미후네와 마치코 교와 함께 할리웃에 진출한 몇 안 되는 일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현대적 미를 지닌 그녀는 비록 신장이 5피트 5인치 밖에 안 되지만 일본의 남자 스타들은 물론이요 서양의 내로라하는 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스타였다.
현재의 미에이 하마.
하마는 이 영화 이후 자신에게 주어지는 많은 할리웃 영화들을 다 거절했다. 역들이 다 남자 배우의 비키니를 걸친 장신구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은퇴를 단행하고 TV의 중역인 남자와 결혼해 4남매를 낳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녀가 농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0세 때 차를 타고 시골을 지나다가 댐건설을 위해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농민들을 보고나서였다. 그래서 그 후 지금까지 30년간 팬들에게 일본의 고유한 것의 가치를 알리는데 진력하고 있다.
하마가 최근에 출판한 책은 ‘고독은 멋있는 것이 될 수 있다’로 여자들에게 남이 반대할지라도 자신에게 진실 되게 살라고 조언한 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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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