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신드롬’은 사회가 만든 것이다
2017-03-13 (월) 10:19:34
문단 아이돌론 / 사이토 미나코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국내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 등단한다면 현재와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아니다’ 쪽에 무게를 둔 저자는 하루키 작품에 등장하는 1970년대, 상실, 소외 등은 베이비 붐 세대 비평가들이 논하기 좋아하는 소재였다고 접근한다. 아울러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거품경제가 최절정에 달하면서 평소 문학에 관심을 갖지 않던 이들이 생기면서 하루키 작품이 좀 더 관심 받게 됐다고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하루키 신드롬은 그의 작품성 외에도 이런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문단 아이돌론’은 하루키를 포함한 20세기 후반 일본문학 전성기의 스타작가 8인을 그 시대와 연결해 서술한 문예평론이다. ‘하루키 작품은 왜 잘 팔릴까’를 논하는 뻔한 평론과는 달리 그의 작품이 ‘왜 잘 논해지게 됐는지’를 들여다보며 작가가 인기를 얻게 된 사회적 배경에 주목한다.
하루키 외 거품경제 시기에 경이로운 베스트셀러를 냈던 두 명의 작가(다와라 마치, 요시모토 바나나),‘여성 시대’를 상징하는 논객(하야시 마리코, 우에노 지즈코), ‘작가’라는 틀을 넘어 폭넓은 분야에서 언론 활동을 펼친 세 명의 지식인(다치바나 다카시, 무라카미 류, 다나카 야스오)이 그 주인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