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품 열기

2017-02-21 (화)
작게 크게
제조업 성장률은 7년 만에 최저수준을 마크했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은지 이미 오래다. 내수도, 수출도 부진하다. 탄핵정국이 장기화 되면서 먹구름은 더 짙어지고 있다.

‘정말이지 IMF 때보다도 못하다 -.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물건이 없어 못 판다고 비명을 지르는 곳이 있다. 고가품, 명품 취급업소다.

백화점 전체매출의 15%가 명품판매가 차지한다는 보고다. 적지 않은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은 1년 동안 명품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핸드백, 의류, 보석, 시계 등 고가 외제 명품들은 내놓기가 무섭게 금방 나간다. 유명 화장품들은 이제 ‘명품’ 축에 끼이지도 못한다.

아주 잘 팔린다. 1억 원이 넘는 고급수입자동차도 그렇다고 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수입 차 22만5279대 가운데 출시가격 기준 1억 원 이상 차량은 2만384대로 조사됐다.

왜 사람들은 명품구입에 열중할까. 한 골동품 가게에 오랫동안 팔리지 않은 상품이 있었다. 어느 날 직원이 실수로 가격표에 0을 하나 더 붙였더니 하루도 되지 않아 팔렸다.

이처럼 가격이 오르는데도 그 제품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런이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돈이 많은 것이 곧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황금만능주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이 때문에 과시적 소비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배블런 효과’를 뒤따라 나타나는 것이 ‘파노플리 효과’다. 상류층이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허영심에, 또 과시욕 때문에 고가의 명품을 마구 구입한다. 그러자 중, 하류층도 ‘가진 자’처럼 보이기 위해 명품을 무리해 사들인다.

값이 비싸면 수요가 줄어든다. 이 경제 법칙에 역행하는 왜곡된 과소비 형태인 것이다.


명품은 언제부터인지 한국인이면 마땅히 지녀야 하는 것처럼 ‘필수품화’ 되고 있다. 명품 백을 들고 있지 않으면 지하철 타기도 무색한 세상이 됐다. 시골 할머니들도 명품 하나 정도는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대부분이 ‘짝퉁’이라는 거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심리적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들이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유행에서 앞서 감으로써 열등감을 상쇄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최순실게이트’로 한국인들은 벌써 4개월째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대체 그 끝을 알 수가 없는 비리에 국정농단에 이제는 피로증세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최순실게이트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명품 열풍을 불러온 허영심에, 과시욕. 더 나아가 인간관계를 돈으로만 계산하는, 만연한 물화(物化)인식에서 그 한 단서가 찾아지는 것은 아닐까.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허영심이, 과시욕이 그렇다. 결국 권력에까지 손을 뻗혔다가 그만 사고를 내고 말았다. 그게 강남 아줌마 최순실 게이트의 한 단면으로 보여서 하는 말이다. 최순실이란 소리가 이제는 정말이지 역겹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