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클래식 음악과 친구 되기

2016-11-29 (화) 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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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희의 ‘클래식 톡톡 (Classic Talk Talk)’

피아니스트로서 살아온 지난 수년 간은 다양한 음악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드넓은 음악의 세계를 피아노를 통해 섬세하게 탐험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음악이라는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만난 이 멋진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를 위해 피아노가 아닌 글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보려 한다. 독자들 역시 즐거운 음악 여행이 되기를 바라며, 첫 번째로 클래식 음악 감상법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가? 특별한 순서나 방법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과 만나기도 전부터 이런 걱정들을 하기 시작한다. 클래식 음악이라 하면 격식을 갖추어 감상해야만 한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 공연장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아마도 마음껏 소리 치고 춤 추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즐기는 모습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회는 가만히 앉아 감상하고 조금만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으로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당 해야만 하는, 약간은 엄숙한 분위기가 연상될 것이다. 대중음악에 비해 한 곡의 길이도 엄청나게 길며 악장 구분이 있는 경우도 있어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 알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들로 클래식 음악이 더욱 멀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먼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말하고 싶다. 클래식 음악은 드라마와 같다. 드라마에서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배우들이 함께 연기하며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듯, 클래식 음악에서는 여러 악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름다운 선율을 구성해 나간다. 단지 곡의 구조를 이해하기 쉽지 않고 각 악기마다의 특색이 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극 중 캐릭터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드라마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듯이 말이다.


첼리스트 장한나가 그녀의 클래식 음악 감상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연주 활동으로 바쁜 그녀는 하루 일과가 끝난 밤 자기 전에서야 침대에 누워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고요한 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모든 소리들이 분명하게 귀에 들어와 마음 속에 있던 여러 잡생각들이 없어지고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다음날 밤, 같은 음악을 다시 듣는다. 악기들의 여러 선율들은 보다 선명해진다. 같은 음악이라도 반복해서 들을수록 어제와는 또 다른 소리들이 들리며 매일 밤 조금씩 그 음악의 줄거리를 완성시킨다. 음악을 듣는 시간만큼은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작가가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해보자. 사랑 이야기인지 이별 이야기인지, 슬픔인지 환희인지.

‘클래식 음악을 듣는 방법’이란 주제에 대해 지금까지도 많은 평론가들의 관점이 엇갈리고 있지만, 즐겁고 풍성한 경험을 위해서는 무엇을 들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자신만의 관점을 토대로 무엇을 감상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작품의 역사나 배경을 중심으로 감상을 시작하거나 특정 작곡가의 여러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작품의 구조와 각 악장의 유기성을 이해하는 것도 감상에 도움이 된다.

클래식 음악에는 분명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깊은 감동의 세계가 내재되어 있다. 작곡가가 그 곡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그 곡에 담긴 감정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부담 없이 음악에 젖어들다보면 어느새 클래식 음악에 한 발 다가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쓴이 소개

피아니스트 이봉희는 클래식 피아노 전공으로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 연세대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하였다. 일찍이 국내 유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녀는 많은 초청 독주회를 통해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존스합킨스 피바디 음악대학원에서 Sarah Stulman Zierler Prize와 Lillian Gutman Memorial Prize를 수상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봉희는 뉴욕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콩쿠르에서 우승하여 뉴욕의 링컨 센터에서 솔로 데뷔를 마쳤고, 현재 메릴랜드, 버지니아, 워싱턴을 중심으로 활발한 솔로 및 챔버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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