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노동의 역습, 크레이그 램버트 지음, 민음사 펴냄
눈부신 정보혁명과 자동화의 시대, 그 속의 현대인은 바쁘고 또 바쁘다.
인간을 대신해 기계가 일하고 정보통신 발달에 힘입어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졌건만 이 어찌된 일인가. 비밀은 ‘대가 없이 당신에게 떠넘겨진보이지 않는 일’ , 이른바‘ 그림자 노동’에 있다.
신간 ‘그림자 노동의 역습’은 하버드 매거진 편집자로 20년 넘게 활약해 온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램버트가 오스트리아 사회사상가 이반 일리치가 주창한‘ 그림자 노동’ 개념에 착안해 펴낸 책이다. 현대인이 보수없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때문에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이 노동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저자가 인용한 이반 일리치에 따르면 그림자노동은 임금에 기초한 상품경제 아래에서 보수 없이 행하는비생산 노동을 뜻한다. 저자는 정보혁명과 자동화가 진전되고 있는 오늘날 그림자 노동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고 단언한다. 멀리 볼 것없이 당신의 일상을 떠올려보라. 스팸 메일을 지우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스타벅스에서 다 마신 음료 잔을 직접 치우지는 않았는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다 공인인증서의 벽에 가로막히거나 연결되지 않는 ARS에 속을 끓여본 적도 분명 있을것이다.
저자는 “사회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이 교묘하게 개인과 소비자에게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여유 시간은 ‘셀프서비스’라는 이름의 사소한 일들에 점령당하고 있다. 혹자는 반박할 수 있다. 재화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살 수 있지 않으냐고. 그렇다면 다시 이렇게 묻겠다. 당신이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무급으로하고 있는 그 일은 과거 누군가가 돈을 받고 했던 일이 아니던가.
그림자 노동이 불러올 반(反)이상적 시나리오 중 하나로는 원자화·개인화가 제시된다. 소비자는 계산원이나 점원, 영업사원 등과 대면 접촉하는 대신 기계와 마주한다. 인간의 상호작용은 줄어들고 고립된 자급자족상태가 확산하며 인간공동체의 결속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책은‘ 새로운 약탈자’라 칭한 그림자 노동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분석을 통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