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본래 취지 살려야할 복수국적법

2016-10-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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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 관련법이 본래 취지에서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 있다. 일정 기간에 국적이탈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살아본 적도 없는 백인청년에게조차 한국 병역의무가 부과된다면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법은 상식에 기초해야 하는데 한국의 국적법은 소수 한국남성들의 병역기피를 막기 위해 엉뚱하게도 수많은 한국계 미국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선천적 복수국적이 이슈가 되는 것은 병역의무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은 18세 되는 해 1월1일부터 제1국민역에 편입,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미국에 사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도 적용돼 출생 시 부모 중 한사람이 한국 국적자, 즉 영주권자였으면 자동으로 국민역에 편입된다. 국적이탈로 병역의무를 면할 수 있지만 문제는 기간이다. 18세가 되는 해 3월까지 한국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병역의무가 끝나는 만37세까지 이탈할 수가 없다. 이런 규정을 모른 채 한국에 장기체류하다가 징집되는 사례들이 생기곤 한다.

복수국적자 국적이탈이 까다로워진 것은 편법적 병역이탈을 막기 위해서였다. 소위 ‘홍준표 법’은 원정출산이나 유학, 해외근무 중 태어난 한국남성이 이중국적 신분을 이용, 병역을 기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이중국적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미국의 2세들에게까지 적용,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첫째, 외교관 ? 군인 등으로 한국에 파견되거나 미국기업의 한국지사 발령을 받을 경우, 국적이탈을 하지 않은 2세 남성들은 국적법에 발목이 잡힐 수가 있다. 능력 있는 2세들의 한국진출을 막는 이런 규정은 한국정부의 해외인재 적극 등용정책과도 배치된다.

둘째, 미국 연방정부 기관 진출이나 사관학교 진학을 원할 경우 복수국적으로 인해 신원조회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주류사회로 진출해 한인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할 2세들을 한국정부가 돕지는 못할망정 가로막는다면 실망스럽다.

한국 국적법은 국적이탈의 자유를 제한,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다. 한국 정부 당국은 관련 규정을 재검토, 본래 취지에 맞게 개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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