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미상 무대서도 화제는 美대선…배우들, 트럼프에 ‘쓴소리’

2016-09-19 (월) 08: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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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는 히틀러 후계자”·“시상식장에서 무슬림·멕시코인 나가자”

미국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열린 미국 방송계 아카데미상인 에미상 시상식에서도 대선은 뜨거운 화두였다.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68회 에미상 시상식 무대에서는 대선 후보를 주제로 농담이 여러 차례 나왔다. 특히 많은 TV 스타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고 AP·AFP통신 등은 전했다.

정치 풍자 드라마 '부통령이 필요해'(Veep)의 대통령 역으로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5연패를 달성한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정치 풍토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쇼는 정치 풍자로 시작했지만 이제 심각한 다큐멘터리 느낌이 든다"며 "'부통령이 필요해'가 코미디와 정치의 장벽을 허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벽을 다시 세울 것을 약속하며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하게 할 것"이라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놓겠다고 공약을 내건 트럼프를 꼬집었다.

드라마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 창작자 질 솔로웨이는 트럼프를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했다.

솔로웨이는 "트럼프는 위험한 괴물이며 난 언제든지 그를 히틀러 후계자라고 부를 수 있다"며 "그는 여성 외모가 미인대회 출전자 같지 않으면 돼지라고 부르고 장애인을 우롱하며 우리의 문제를 무슬림과 멕시코인 탓으로 돌린다"고 비난했다.

미국에 이민 온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인도계 배우 겸 작가 아지즈 안사리는 "고심 끝에 트럼프와 함께 하기로 했다"며 "지금 시상식장에서 무슬림과 멕시코인을 모두 내쫓을 것을 제안한다"고 농담했다.

안사리는 이어 "아카데미상 시상식이었다면 더욱 수월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영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불거진 인종 다양성 논란을 꼬집기도 했다.시상식 사회를 맡은 지미 키멜은 트럼프가 출연한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와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 프로듀서인 마크 버넷을 가리키며 "트럼프 현상이 저 사람 때문에 일어났다"며 "트럼프가 당선돼 장벽을 세우면 우리가 먼저 날려버릴 사람은 마크 버넷"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반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에미상 무대에서 트럼프에 비해 배우들의 '사랑'을 받았다.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클린턴을 패러디하는 배우 케이트 맥키넌은 여우조연상을 받고서 "고마워요, 힐러리 클린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클린턴도 트위터를 통해 "에미상 축하해요 케이트, 나도 당신의 팬입니다"라며 재빠르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더 피플 v. O.J.심슨: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로 에미상을 거머쥔 코트니 B. 밴스는 수상소감을 마무리하면서 "오바마가 가고, 힐러리가 온다"고 말하기도 했다.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지사는 시상식 오프닝 영상에 리무진 기사로 깜짝 등장했다. 그는 리무진을 탄 진행자 키멜에게 "요즘 일자리를 찾고 있다"며 "에미상 후보로 지명된 기분이 어떠냐"고 '자학 개그'를 했다.

이날 에미상 시상식에서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 2년 연속 드라마 시리즈 부문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코미디 시리즈 부문 최고상은 '부통령이 필요해'(Veep)가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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