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결혼 난관 다룬 책 ‘국경 너머의 키스’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 가오쯔치와 채림 등 외국인과의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가지만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이 여전한 것도 현실이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국경 너머의 키스'는 국제결혼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 비단 우리 사회뿐 아니라 자유분방할 것 같은 미국에서도 존재한다고 알려준다.
인종, 문화, 종교 등의 차이로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어려움을 겪은 여섯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국제결혼을 선택한 이들 앞에 놓인 난관을 일깨우는 이 책의 저자는 할리우드 배우인 다이앤 파다. CBS 드라마 '넘버스'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심리분석가 매건 리브스 역할로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그는 10여년 전 친구의 약혼 파티에서 한국 남성 정승용 씨와 만나 1년여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예전에는 누군가가 자신의 사랑을 반대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던 파는 정씨의 부모가 자신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승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혹시 모를 난관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처럼 국제결혼에 도전 중이거나 성공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책은 파가 인터뷰한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부부, 힌두교도 인도 남성과 결혼한 복음주의파 기독교 백인 여성, 백인 남성과 사랑에 빠진 아프리카계 뉴욕 여성, 트리니다드 출신 남성과 유대인 여성 커플 등의 사례를 통해 국제결혼의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본다.
파와 정씨 커플을 포함해 책에 실린 여섯 커플의 이야기는 웃기면서 황당하고, 동시에 가슴 아프다.
흑인 남성과 결혼한 백인 여성인 리사는 흑인과 백인의 결혼은 "생물학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라는 막말을 가족에게서 듣는가 하면, 백인 남성 제이크와 결혼을 약속한 흑인 여성 나탈리아는 제이크의 어머니로부터 집안 출입을 금지당하는 현대판 인종차별을 당한다.
이들이 난관을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한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힌다.
혼혈 아이를 둔 리사는 이사할 곳을 정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워싱턴D.C. 이북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남미계 흑인 혼혈 아이를 낳은 엘리 또한 자신의 가족이 살 수 있는 곳은 시애틀, 브루클린,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로 한정한다.
파도 정씨와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겪은 차별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정씨의 고모는 영어를 할 수 있으면서도 한국어로만 말하고, 정씨의 큰엄마는 한국식 예식에 관해 질문하는 파를 무시한다.
책은 단순히 이들의 애달픈 사연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인종과 문화와 종교가 뒤얽히면서 빚어진 편견과 갈등의 복잡한 역학을 탐구한다.
저자는 오랜 관찰 끝에 내 자식만큼은 같은 피부색에 같은 언어를 구사하고, 같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부모 세대의 바람이 다른 인종에 대한 혐오는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며느리나 사위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과 다른 문화를 경험해보지 못한 데 따른 막연한 두려움이 근저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명제 앞에선 힘을 잃는다. 속담처럼 파와 정씨는 주변의 우려를 딛고 결국은 부모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다.
2006년 결혼해 이제는 세 아이를 둔 파는 우리 아이들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었다며 "어떤 커플이 아무리 독특해 보이거나 어떤 가족이 아무리 다채로워 보여도 그들 입장에서는 별다를 것 없는 그냥 연인, 가족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의 경험이 "인종간 사랑의 어느 쪽이든 위기에 처해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 혹은 조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