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시 선착순 임대 조례 관련 찬반 논란
▶ 내년부터 시행 예정
<속보> 시애틀시의회가 지난 8일 통과시킨 임대 차별금지 조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 조례는 세부조항이 보강돼 에드 머리 시장의 서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조례의 핵심은 임대업주가 세입자를 자의적으로 선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흑인 등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임대보조 바우처를 받는 저소득층이라는 이유로, 혹은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주인이 세입을 거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이 조례가 시행되면 집 주인은 세입을 원하는 사람이 임대 규정이나 조건만 충족하면 제일 먼저 임대 신청을 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집주인은 세를 놓을 경우 우선 자신이 요구하는 규정을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후 세입 희망자가 신청서를 직접 제출하거나 우편 또는 이메일 등으로 제출할 경우 집주인은 이를 받은 날짜와 시간을 정확하게 기재해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 집 주인은 신청서를 확인한 뒤 조건이 맞을 경우 제일 먼저 신청한 사람에게 임대를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한인이 세를 놓을 경우 여러 사람이 신청서를 냈는데 뒤에 접수된 한인을 고르면 불법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선착순 임대 조례’는 미국 대도시 가운데 시애틀이 최초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특정 조건에서는 예외도 인정된다. 집주인이 가정폭력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적으로 임대하도록 허용하는 등 특수한 상황은 예외로 인정 받는다. 세입 희망자가 장애 등의 문제로 신청서를 시한 내에 낼 수 없을 경우 시간연장을 요구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조례를 지키지 않는 임대업주들을 어떻게 적발하느냐이다. 신청서를 냈다 탈락한 임대 희망자가 집 주인이 선택한 정보를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이 불공평하게 탈락했다고 판단될 경우 시애틀시 인권사무실(SOCR)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고, 차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처럼 독특한 내용의 조례를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환영하지만 임대업자나 집 소유주 등은 “내 집을 세를 내주면서 세입자를 고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선착순 규정의 경우 차가 없어 버스를 타야 하는 사람이나 직장이 여러 개여서 빨리 신청서를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리하다. 또한 집을 세내거나 렌트를 얻는 과정에 너무 많은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나 경제적인 낭비 요소도 적지 않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시애틀시는 “이 조례의 취지가 특정 조건에 따른 임대 차별을 없애는 것인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부족하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정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